윤 대통령, 영수회담 비선 라인 논란에 "황당하다"

함성득·임혁백 물밑 조율설에 용산 '불쾌감'
"누가 다리 놓지 않으면 못 만날 상황 아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환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4.2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영수회담과 관련해 이른바 '비선 라인' 가동 논란이 불거진 것을 두고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8일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과 있는 자리에서 "정무수석도 있지 않나"라며 이 같은 표현을 썼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날 오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했다.

영수회담을 조율할 공식 라인인 정무수석이 있는 상황에서 비공식 라인을 동원하면서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남을 조율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총선이 끝나고 소통 필요성을 느끼고 영수회담을 위한 여러 여건이 성숙했었다"며 "야당에서도 만남 요청이 계속 있었고 누가 다리를 놓지 않으면 못 만날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한국일보가 전날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한 기사를 보도하면서 정치권에는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함 원장은 윤 대통령과 친분이 있고, 임 교수는 4·10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냈다. 두 사람이 각각 윤 대통령과 이 대표를 대리해 물밑에서 영수회담 추진을 조율한 끝에 실제 회담이 성사됐다는 내용이 공개되자 비선 라인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무총리 인사 추천, 이 대표와 핫라인 구축, 여야정 협의체 등 3가지를 먼저 제안하고 비서실장 자리에 이 대표가 불편한 인사는 앉히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당 지지층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대통령실은 영수회담 과정에서 비공식 특사 등 물밑 비선 라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관섭 전 비서실장과 한오섭 전 정무수석이 주도적 역할을 했고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면서 영수회담이 급물살을 탔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윤 대통령이 국정 쇄신 차원에서 영수회담을 계기로 야당과 소통을 지속하려는 뜻을 내비치고 있는 중에 불거진 비선 논란을 두고 불쾌감도 감지된다.

총선 참패 후 국정 쇄신에 전력하고 있는 와중에 불필요한 잡음으로 쇄신 효과가 반감될 여지가 생길 수 있는 탓이다.

국무총리 인선 과정에서 '박영선·양정철 기용설'로 한 차례 비선 논란이 불거진 터라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당시에도 공식 라인에서는 "검토된 바 없다"는 입장을 냈으나 일부 대통령실 관계자발로 유력하게 검토된 것은 맞는다는 보도가 이어지며 비선 라인 논란이 확산했다.

새로 임명된 정진석 비서실장이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실의 정치는 비서가 아닌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내부 기강을 잡은 끝에야 논란이 수그러들었다.

여권 한 관계자는 "영수회담을 발판으로 대열을 재정비하고 있는데 비공식 라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의 자극적인 수사(修辭)에 지지층 사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