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특검법' 강행에 영수회담 결실 '물거품'…대통령실은 "협치 기대"
대통령실, 10번째 거부권 책임 민주당으로…이재명은 대통령 압박
영수회담 사흘만에 협치 가능성 사실상 사라져
- 김정률 기자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영수회담으로 기대를 모은 '협치'가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안' 단독 처리로 물거품이 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아직 협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모든 책임을 민주당으로 돌리면서 이마저도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3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는 묵묵하게 소통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협치를 하자는 생각을 아직은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홍 수석은 윤 대통령의 10번째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도록 밀어붙인 것도 있다고 본다"며 책임을 돌렸다.
윤 대통령이 지난 29일 취임 이후 처음 이 대표와 회담을 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실낱같지만 협치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22대 국회에서 여소야대의 상황을 맞은 윤 대통령과 입법 성과를 내야하는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1일 여야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 합의에 도달하며 증폭됐다. 하지만 하루만인 지난 2일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국회 본회의 의사일정까지 변경하며 채상병 특검법안을 단독 처리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법안 처리 1시간30분만에 브리핑을 통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하며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시사했다. 영수회담 사흘만에 협치 기대감이 사리진 셈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사일정을 변경하고 처리한 것을 거부권의 명분으로 생각하고,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민심에 역행한다는 이유를 들 것"이라며 "추가 영수회담은 물 건너 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지적하는 특검의 절차적 문제점도,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모두 양측이 공세를 위한 명분 쌓기로 전락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고, 국회에서 여야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부·여당과 범야권의 대결 구도만 더욱 굳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는 윤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윤 대통령은 범인이 아닐 테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왜 특검을 거부하나. 죄를 졌으니 거부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관여돼 있으니 거부하는 것"이라며 "국민 70%가 찬성하는 채상병 특검을 거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입법 과정과 법안 내용을 볼 때 거부권을 건의해볼 수밖에 없다"며 "특검에 국민 67%가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을 매번 특검으로 처리할 수는 없지 않나"고 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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