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핵심 참모 대부분 사표…총선 참패에 용산 '침통'

비서실장·정책실장·수석 등 장·차관급 사의 표명
개표 결과에 "최악 상황" "출구조사 땐 믿지 못해"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이 1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22대 총선 결과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도운 홍보수석. 2024.4.1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 여파로 용산 핵심 참모들이 11일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면서 대통령실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서실장을 포함해 정책실장 그리고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외교·국방라인인 국가안보실을 제외하고 대통령비서실 장·차관급 참모 전원이 총선 참패에 책임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나타낸 셈이다. 이 관계자는 한덕수 국무총리도 구두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이 짙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108석에 그치는 결과를 거두자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핵심 참모 대부분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분위기는 한층 더 가라앉는 모습이다.

대다수 참모가 전날부터 밤을 새워 개표를 지켜봤으나 선거 결과가 뚜렷해질수록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관계자는 "개표 방송을 보고 바로 출근했다"며 "이것보다 더 최악 상황일 수 있겠나"라고 했다.

용산 일각에서는 최근 의료계 집단행동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까지 논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총선에도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종섭 전 호주대사와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을 둘러싼 논란에 더해 '대파' 이슈까지 겹쳤지만,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대부분 논란을 정리한 만큼 120~130석까지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게 되자 대통령실 안은 침울함이 감돌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구조사가 나왔을 때는 설마 하면서 믿지를 못했다"며 총선 결과에 아쉬움 나타냈다.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여당이 100석도 못 채울 것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여권에서는 개헌저지선마저 뚫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흘렀었다.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들이 단체로 사의를 나타낸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 임기가 반도 안 지난 상태에서 '조기 레임덕'까지 거론되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평소 "국면 전환용 인사는 없다"는 기조를 유지한 윤 대통령으로서도 이번만큼은 인사 교체로 쇄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 뜻을 받들려면 국정을 쇄신하는 것이 당연하고 국정을 쇄신하려면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도 "대통령으로서도 참모들이 쇄신한다고 하는데 사의를 안 받을 수는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