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고심 끝' 이태원특별법 거부권…취임 후 9개 법안

정부 이송 후 11일만…법안과 별개로 배상·지원책 발표도
대통령실 "피해지원 종합대책 조만간 수립·시행"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4회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6/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김정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올해 들어 2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해 대야 관계는 더욱 차갑게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그간 검경의 수사 결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추가적인 조사를 위한 별도의 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과연 희생자와 유가족 그리고 우리 국민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관력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불발됐다. 결국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정부에서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고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 특조위 구성이 야당에 편향적이다는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국민 159명이 사망한 사건이고, 거부권 행사시 유가족과 피해자를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줄 것이라는 부담감도 있었다. 정부 이송 후 거부권 행사까지 10일 이상의 기간이 걸린 부분도 그만큼 고심이 깊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누적되어 온 거부권 행사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포함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9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

대통령실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법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잦은 거부권 행사는 국민들에게 국회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또 4월 총선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야권에게 공격의 빌미가 될 우려도 있다.

정부는 거부권 행사와 별개로 배상 방안 및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식을 고민해 왔다. 그 결과 거부권 행사가 결정된 이날 관련된 재판 확정 전이라도 배상과 지원을 검토하고, 추모시설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이날 '10·29 참사 피해지원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정부는 피해자의 생활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 지원하고,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확대해 일상회복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10·29 참사 피해지원 위원회'도 구성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희생자에 대한 온전한 예우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를 위해 특별법의 취지를 반영한 피해지원 종합대책을 조만간 유가족과 협의를 거쳐 수립, 시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