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특별법' 정부 이송…대통령실 "종합적 검토"(종합)

'공포 요구' 민주 vs '재협상 촉구' 국힘
거부권 행사 여부 내달 3일까지 결정해야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골자로 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정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2024.1.9/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정지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상태다. 대통령실은 정부로 넘어온 법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 국회에서 재투표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물론, 여야가 이후 재협상할 가능성도 있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0·29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이 정부로 이송됐다.

지난 9일 여당 반발 속에 국회 문턱을 넘긴 지 열흘 만이다. 법안은 야당 소속 의원들이 지난해 4월 공동 발의했다.

국민의힘은 특별법상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구성 문제가 편향적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특조위는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의장이 유가족 등 관련 단체와 협의해 3명, 여야가 각각 4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여당은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이 3명을 추천하면 사실상 야권 성향 위원이 7명으로 편향적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여야가 그간 특별법을 합의해서 처리한 관행에도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여야가 그간 협의한 특별법 수정안이 아닌 민주당이 낸 원안이 처리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159명에 이르는 희생자가 발생했고 유가족이 특별법을 원하고 있어 거부권 건의 요청이 쉽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동시에 민주당에 재협상도 촉구했다. 독소조항을 제거하고 유가족을 위한 법안을 재추진하자는 요구다.

반대로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상대로 압박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 건의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무책임하게 거부권을 행사해 희생자와 유가족을 두 번 죽이는 불상사는 결코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법안이 이송되는 대로 즉각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재협상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거나 국회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

이날 정부로 넘어온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오는 2월3일이 처리 시한이다.

현재로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특별법을 두고 여야 합의로 처리되지 않은 점과 함께 대통령 권한까지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특조위에 과도한 권한이 부여된 대목 등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한 통화에서 "종합적으로 법안을 검토해 입장을 정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살펴볼 문제가 많다"면서도 "(법안과 별개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최대한 배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재의요구에 나서면 임기 중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다섯 차례에 걸쳐 총 9개가 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양곡관리법 개정안(4월)과 간호법 제정안(5월)에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12월에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과 '방송 3법'(방송법 개정안·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국회로 되돌아갔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5일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대장동 특혜 제공 의혹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