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티켓에도 3%…국민 모르고 낸 '스텔스 세금' 91개 재정비

윤 대통령, 기재부에 91개 부담금 전수조사 지시
"경제 의지 위축시키는 부담금 과감히 없애야"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4.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91개에 이르는 부담금 제도를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이른바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 문제를 개선해 경제활력 제고에 보탬이 되도록 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생중계 모두발언을 통해 "기획재정부는 현재 91개 부담금을 전면 개편해달라"고 지시했다.

부담금 제도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특정한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세금과는 별도로 부과하는 돈이다.

부담금은 1961년에 도입되기 시작했으며 2002년부터는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시행해 부담금별로 3년마다 한 번씩 존치 필요성을 점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담금으로는 영화요금에 포함된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이 있다.

영화입장권 부과금은 영화산업 진흥을 위해 2007년 도입됐으며 입장권 가액의 3%로 책정돼 있다. 모든 영화상영관은 영화진흥위원회에 부과금을 내야 하는데 사실상 영화 관람객이 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돈을 내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윤 대통령은 "환경 오염을 막거나 국민 건강을 증진하는 긍정적인 부담금도 물론 있다"면서도 "'준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악용되는 부담금이 도처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부담금 제도는 법 제정 이후 20년에 이르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바뀐 사회·경제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재부도 이러한 인식하에 지난해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고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당시 기재부는 20년이 경과한 부담금이 74%로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 발전에 따른 변화를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3개 부담금을 선정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정부 입법으로 발의된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5개 부과금이 부담금 범위에서 빠지거나, 중복되는 부담금은 통합 관리하는 식으로 정비됐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이번에 정비하는 5개 부담금은 위헌 결정을 받아 실효됐거나, 부담금을 협회 회비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과 기업 부담을 실제로 덜어드리려면 91개에 달하는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금 재원에 필요한 돈을 부과금으로 충당할 수 있어 유용한 측면이 있다.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부담금 운용 규모는 21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1%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4%보다는 낮다.

윤 대통령이 부담금 전수조사를 꺼낸 것은 경제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자기 살 잘라내기가 되더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재원 조달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부담금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며 "역동적이고 지속가능한 자유시장경제를 위해 자유로운 경제 의지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부담금을 과감하게 없애야 한다"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