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쌍특검법 즉각 거부권"…역대급 강경모드에 정국 블랙홀

대통령실, 쌍특검법 국회 통과 10분 만에 "즉각 거부권 행사" 반발
'방탄 프레임' 공세 죄는 野, 운신의 폭 좁아진 與…연말 특검 정국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54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2.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나연준 이비슬 기자 =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즉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쌍특검법'(대장동·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통령실과 야당이 쌍특검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하면서, 연말 정국이 '특검 블랙홀'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4시40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금 국회에서 쌍특검법안이 통과됐다"며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는 대로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입장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안이 통과된 후 10분 만에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그간 양곡관리법, 간호법, 노란봉투법, 방송3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숙고 기간 없이 선제적으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밝힌 건 처음이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절대적 수용 불가 입장을 뚜렷하게 밝힌 것으로, 대통령실이 그간 수용할 수 없는 법안에도 실제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까지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기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선거 직전에 노골적으로, 선거를 겨냥해서 법안을 통과시킨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실은 쌍특검이 법과 원칙에 맞지 않고, 내년 4·10 총선을 겨냥한 정쟁용 악법(惡法)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은 문재인 정권 검찰이 2년 가까이 수사했지만 기소는커녕 소환조사도 하지 못했다. 이미 문제없다고 판명난 사건을 특검하는 것은 총선용 공세일 뿐만 아니라, 특정인에게 유달리 가혹하게 법을 적용하는 결과라는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직후 "쌍특검법은 과정, 절차, 내용, 의도 모두 문제투성이 법으로 총선 민심 교란용, 당대표 사법리스크 물타기용인 희대의 악법으로 규정한다"며 법안 통과 즉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뇌관은 정국 흐름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방탄 프레임'으로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반면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의 뜻이 강경한 탓에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거부권 행사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도 여권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한국갤럽이 국민일보 의뢰로 지난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70%에 달한 상황이다.

정치권의 눈길은 '한동훈 비대위'에 향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거부권 행사에 따른 역풍은 최소화하면서 정국을 반전할 '묘수'를 찾을지 주목된다. '특검 정국'의 출구 전략이 한 비대위원장 앞에 놓인 킬러문항인 셈이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