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후보에 김홍일…윤 "섞박지만 보면 떠올라"(종합)
이동관 사표 수리 닷새만…대통령 직접 나서 설득
일찍 부모 여의고 가장 역할하며 사법시험 합격
- 최동현 기자,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김홍일 국민권익위원장(67)을 발탁했다. 지난 1일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의 사표가 수리된 지 닷새 만에 후임자를 지명하는 '초고속 인사'다. 방송 정상화를 위해 방통위 업무 공백을 시급히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김 위원장을 지명했다고 김대기 비서실장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발표했다. 김 후보자는 "국민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공정한, 독립적인 방송통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지낸 '강력·특수통' 검사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한 선배 중 한 명으로 꼽았던 인물로 2009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 중수 2과장이었던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
김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는 어린 시절 부모를 모두 여읜 후 18세에 가장이 됐다. 농사일을 하며 세 동생을 보살폈다고 한다. 동생들 생계와 진학을 혼자서 책임지고 뒤늦게 충남대 법대에 입학해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과거 윤 대통령은 가까운 인사들과 설렁탕 집을 찾았을 때 "설렁탕 집에서 나오는 섞박지를 보면 떠오르는 선배가 있다"며 김 후보자를 언급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세 동생을 직접 키우며 섞박지를 그렇게 많이 만들어 반찬으로 먹었다고 했다"며 김 후보자의 일화를 전했다. 김 후보자는 돈이 없어 고춧가루 대신 무에 소금으로만 간을 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4년 월간조선과 한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세 동생들을 맡게 됐다"며 "그때는 왜 그렇게 추웠는지 모르겠다. 동지섣달 대밭을 울리며 불어대는 찬바람을 견디면서 살았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방송 정상화' 과제를 한시라도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상파 재허가 심사와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리 등 현안이 산적한 시점에 멈춰 선 방통위를 서둘러 정상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앞서 이 전 위원장이 야당 주도의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 직전 사퇴하면서 방통위는 최장 6개월의 '기능 정지' 위기는 막았지만, 방통위원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1인 방통위'가 돼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대응에도 지장이 우려됐다.
이에 대통령실은 관련 법을 엄밀히 다뤄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해 법률가를 우선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신임할 뿐 아니라 비교적 최근 권익위원장 후보로 인사 검증을 받아 신속한 인선이 가능한 점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법무부 장관 후보군으로 검토되던 김 후보자는 지난 1일 이 전 위원장의 면직을 기점으로 방통위원장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김 후보자는 방통위원장직 수임을 고사하며 난색을 보였지만, 윤 대통령이 직접 설득해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김 후보자를 두고 "법조인과 공직 시절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공평무사하게 업무 처리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며 "법률적 전문성은 물론 합리적인 조직 운영 능력을 겸비해 대내외 신망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통위는 현재 각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충돌하는 현안이 산적해 있어 어느 때보다 공명정대한 업무 처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김 후보자는 업무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통위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고 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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