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비 갖출 6억원으로 고가 스포츠 의류 구입…3억 외유성 출장도

권익위, 지자체 등 14개 기관 시설부대비 실태조사 결과
도로공사, 4년간 시설부대비 450억원 인건비로 불법 전용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금인 시설부대비로 고가 의류 물품 구입, 출장비 부당 수령, 외유성 국외 출장을 한 지자체·공직유관단체 등 14개 기관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3.12.5/뉴스1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공사·시설 사업수행 외에 필요한 현장 감독공무원 여비 및 체재비, 안전화·안전모 등 안전용품 등을 사기 위해 지급되는 부대경비인 '시설부대비'로 고가 스포츠 의류·손목시계를 구입하거나 출장비를 부당 수령하고 외유성 국외 출장을 한 14개 기관이 적발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광역·기초지방자치단체, 교육자치단체, 공직유관단체 2개 등 총 14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실시한 시설부대비 실태조사 결과를 5일 공개했다.

14개 기관은 울산, 세종, 경북, 울산 동구, 강릉, 상주, 남원, 구례, 영동, 충북교육청, 강원교육청, 부산교육청, 농어촌공사, 철도공단 등이다.

조사 결과 9개 지방자치단체는 공사감독으로 지정된 공무원의 안전모, 안전화 등 안전용품을 구매할 때 써야하는 시설부대비(피복비)로 고가의 스포츠 의류·신발 등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복비를 공사감독 공무원이 아닌 상급 공무원에게도 지급한 사례까지 포함해 총 6억4076만원이 부당 집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체적으로는 광역지차체 소속 주무관이 공사감독용 피복구입 명목으로 스포츠 의류 브랜드 매장에서 8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자신의 기호에 맞는 상품으로 교환한 사례, 2명에게 70만원을 집행한다고 서류를 꾸며놓고 실제로는 본인이 70만원 상당의 피복을 구매한 사례 등이 있었다.

또한 3개 교육청을 포함한 8개 기관은 출장을 가지 않거나 조기 복귀하고도 출장 시간을 모두 채운 것처럼 속이거나 출장 시 임차차량 등을 이용하고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한 것처럼 출장 내역서를 허위 등록하는 등의 방법으로 출장 여비 2억8679만원 상당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어촌공사와 철도공단은 시설부대비로 직원들의 격려 차원에서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에 외유성 출장을 다녀오거나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의 부품 검사 명목으로 사업과 관련없는 감사실 과장을 포함한 직원들이 프랑스, 스위스 등을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규모는 2억8159만원 상당이다.

이밖에 2개 지자체는 허위 거래명세서를 첨부해 개당 30만원 상당의 스마트워치 5대, 외장하드 등 사적 물품을 구입하거나 증빙서류 첨부 없이 중식비, 다과비 등으로 949만원을 부당 집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시설부대비는 국민의 세금인 만큼 사적물품을 구입하거나 개인이 부당하게 지급받는 것은 전형적인 부패행위로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철저한 환수 및 자체 감사 요구,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도 용인시와 강원도 삼척시의 경우 피복비 및 여비의 부당 사용을 금지하기 위해 시설부대비를 2020년 기준으로 각각 0.0068, 0.036%만 편성, 부당집행을 원천 차단해 모범사례로 언급됐다.

아울러 권익위는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4년 동안 시설부대비 450억원, 보상비 약 149억원 등을 소속 직원 등의 인건비로 불법 전용한 의혹을 확인해 수사가 필요한 사항은 대검찰청, 관리감독이 필요한 사항은 기획재정부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공사는 용도가 제한된 국가재정사업비인 보상비와 시설부대비를 기획재정부 등과 사전 협의나 승인 없이 토지보상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로 불법 전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공사의 전산시스템에서 일정 기간의 교통사고 통계 자료를 확인한 결과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초 자료가 되는 교통사고 통계를 작성하면서 법령 및 기준에 따라 통계에 포함해야 할 교통사고 건수를 임의로 제외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승윤 권익위 사무처장 겸 부위원장은 "조작된 통계 자료를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기초 자료로 제출해 좋은 평가를 받아 소속 임직원들이 더 많은 성과급을 받기 위한 것"이라며 "사익 도모를 위한 구조화된 부패 관행에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y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