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제 부족 탓"…'큰 표차' 엑스포 비판 여론 직접 진화
대통령실서 대국민 담화…투표 11시간여 만
박빙 예상했으나 '예상 밖 표차'…영남권 민심 악화 우려
- 정지형 기자,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최동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를 두고 "모든 것은 제 부족"이라며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예상보다 표차가 심각하게 벌어지면서 비판 여론이 많아지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오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2030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브리핑했다.
이날 대통령담화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출입기자단에도 시작 10여분 전에야 급하게 공지됐다.
대통령실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투표 결과가 나온 뒤 짧은 서면 브리핑을 낸 이후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엑스포와 관련해 추가로 나올 메시지는 없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야권에서 대통령 책임론이 불거지고 부산 지역 민심도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자 투표 결과가 나온 지 약 10시간40분 만에 대통령이 직접 입을 열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엑스포 유치는 중요한 국정과제였다"며 "국정 책임자가 국민께 직접 말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담화문 발표에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이관섭 국정기획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등 주요 참모들이 배석했다.
윤 대통령은 준비한 원고를 읽지 않고 정면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특히 '부족'과 '책임'을 반복해 언급하면서 1년6개월에 걸쳐 공을 들인 부산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았다.
윤 대통령은 "민관에서 접촉하며 저희가 느꼈던 (각국) 입장에 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며 "모든 것은 전부 제 부족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관은 합동으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이것을 잘 지휘하고 유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대통령인 제 부족의 소치"라고 재차 강조했다.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가 자칫 민심 악화에 따른 국정동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담화문 발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그동안 엑스포 유치가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에서 지지를 대폭 가져올 기회라고 봤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2030 엑스포가 사우디 리야드로 넘어가면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표심을 가져올 기회가 사라졌고 반대로 역풍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그동안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이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을 내세우며 정상외교에 매진하고 있는 것을 두고 "순방이 지나치게 잦다"고 비판해 왔다. 엑스포 유치가 불발되면서 부산 유치를 위해 필요한 정상외교라는 '방어 논리'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실은 BIE 총회 2차 투표에서 사우디와 결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부산이 1차 투표에서 큰 격차로 대패해 타격이 더 컸다. '오일머니'를 앞세운 리야드는 총 165표 중 119표(72.1%)를 가져가면서 부산(29표), 로마(17표)를 크게 따돌렸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기여라는 국정 기조는 차질 없이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내 엑스포 유치 전담 기구로 만들었던 미래전략기획관실과 산하 미래정책비서관실은 해체 수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패인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에서 세세하게 따져보고 무엇이 부족했고 개선해야 할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찾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엑스포 유치 부서 폐지 여부에 관해서는 "열세라는 것은 알았지만 (표) 차이가 크다는 것에 실망이 많다"며 "유치위를 중심으로 잘 점검해서 개선 대책을 찾아보겠다"고만 답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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