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 불발, 끝 아닌 시작…'외교 지평' 넓혔다

1년6개월 유치전 통해 전 세계 돌면서 외교 확장
유치 여부 떠나 엑스포로 맺은 인연 계속 이어간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리 브롱냐르궁에서 열린 국경일 리셉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11.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매진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28일(현지시간) 사우디에 막혀 결국 불발됐지만 글로벌 외교 지평을 대폭 확대하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후 제173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진행된 2030 엑스포 개최지 투표 결과 사우디 리야드가 부산, 이탈리아 로마를 누르고 최종 선정됐다.

윤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와 기업 등 민관 유치단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교섭전을 펼쳤으나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를 넘지는 못했다.

대통령실은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1년6개월간 이어진 대장정으로 거둔 성과가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 엑스포 개최지 투표는 '1국 1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BIE 회원 182개국 대부분을 만난 것 자체가 큰 수확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유럽 등 강대국 위주 외교에서 중·남미, 아프리카, 태평양 도서국(태도국)으로 외교 범위를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미국, 영국, 프랑스, 인도, 인도네시아 등 12개국을 방문했으며 손을 맞잡은 정상만 해도 110명에 달한다.

윤 대통령은 올해만 해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UN) 총회 등 다자회의 때마다 시간을 쪼개 정상들을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2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내에서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9.22/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뉴욕 유엔 총회를 계기로 닷새간 41개국(유럽 13개국·아시아태평양 8개국·중남미 9개국·아프리카 및 중동 11개국)과 릴레이 양자회담을 하며 부산을 알린 일은 이후에도 오래 회자됐다.

윤 대통령은 카리브해 세인트키츠네비스 같은 이름조차 생소한 국가부터 인구 3만 소국 산마리노 공화국까지 가리지 않고 뉴욕에서 모두 만났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덴마크, 크로아티아, 그리스 등 25개국을 돌아다니며 각국 정상 74명 등 총 203명을 만났다.

민관을 모두 합치면 지구 495바퀴를 돌 수 있는 1989만1579㎞를 움직이며 각국 정상 포함 3472명을 만났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엑스포 유치전이 아니었다면 접촉 기회가 드물었을 국가를 대면하며 관계를 형성하고 핵심광물을 포함한 공급망 등에서 새 협력 기회를 발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직접 만나서 보니 이런 분야에서도 협력할 부분을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떠오르는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또 외교 지평 확대는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이라는 윤석열 정부 외교 비전과 맞닿아 있어 엑스포 유치가 목표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외교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엑스포를 유치하는 과정 자체도 외교나 경제적 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유치 활동을 함께했던 기업들도 상당히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고 밝혔다.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가 선정될 국제박람회기구(BIE) 제173차 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행사에서 시민들이 한복 체험을 하고 있다. 2023.11.27/뉴스1 ⓒ News1 이준성 기자

엑스포 유치전을 위해 쌓은 각국에 관한 데이터는 향후 외교 전략 수립을 위한 중요한 자산으로 남게 됐다.

부산 지지를 이끌어 내려면 각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데 외교 당국자들이 해당 국가 실세가 어떤 인사인지부터 시작해 정치, 문화, 사회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느라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실은 엑스포를 매개로 시작된 국가 간 협력 프로젝트는 부산엑스포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계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전을 통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것이 증명된 것"이라며 "이렇게 많은 나라를 만났다는 것 자체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정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