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올인"…윤 대통령, 메시지·일정·인사 다 바꿨다[통실톡톡]
미국 순방 하루 앞두고…국무회의 메시지 86% '민생'에 할애
국회엔 "부탁한다" 저자세…"순방이 곧 민생" 국정 기조 띄우기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최소 연말 연초까진 민생에 올인(all-in)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참모진들에게 '민생'과 '소통'을 강조한 직후 대통령실 내부 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윤 대통령의 공개 일정은 '민생 현장'으로 채워졌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저와 우리 정부는 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순방을 하루 앞둔 날이었지만, 4186자의 발언문 중에서 민생과 관련해 4153자(86%)를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1일 타운홀미팅, 7일 대구 칠성종합시장, 9일 불법사금융 민생간담회 등에서 청취한 민원을 일일이 상기하면서 "국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들으니까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해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것에 대해 "불법 공매도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힐 뿐 아니라, 증권시장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도 개선에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회를 향해서도 '신도시 특별법' '공정채용법' 등 민생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청하며 "부탁한다" "당부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지난달 31일 내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 이어 거듭 여야 협치를 요청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국정 방점을 '민생'에 맞추면서 태도와 메시지가 180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면전에서 "그만두라"는 야당 의원에게도 악수를 청하고, 각종 연설에서 '이념'이나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메시지가 자취를 감춘 것이 대표적이다.
'인사 기조'에도 변화를 줬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내가 모르는 사람도 좋다"며 "1970년대생 여성 인재 풀을 확충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일변도 인사 구도에 파격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과 '변화'를 키워드로 하는 국정 운영으로 지지율 일신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반등세를 보였고, '민생·경제'가 주요 지지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1명을 설문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36%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 연속 상승세로, '민생·경제'에 대한 긍정 평가가 전주보다 4%포인트(p) 오른 8%로 2위를 기록했다.
다만 비슷한 시기 진행한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꺾였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하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선'낙관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일회성이 아닌 전 임기에 걸쳐 민생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도 민생과 연결하며 '민생 국정'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15일(현지시간) "순방은 곧 민생임을 강조해 온 윤석열 대통령은 오늘부터 시작되는 APEC 정상회의 일정에서 첫째도 민생 그리고 둘째도 민생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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