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스크' 마주한 尹정부…한미일 밀착 속 대중 관리 급부상
尹 "한미일 안보공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디리스킹 아닌 리리스킹" 경고…대통령실 "中과 전략대화"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전략이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끝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한미→한일→한미일로 이어진 연쇄 외교를 통해 미국의 실질적 확장억제(핵우산) 보장과 한일 셔틀외교 복원 등 한미일 삼각공조가 '새로운 수준'으로 진일보했다.
다만 '과제'도 선명해졌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G7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대중(對中) 전략 노선도 '디리스킹'(위험억제)로 무게추가 옮겨진 모습이다. 중국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현안으로 부상한 셈이다.
25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G7 정상회의 등 '외교 슈퍼위크' 성과에 대해 "한미일 3국 간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안보 공조 체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고, 세 나라의 협력 의제도 자연스럽게 미래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되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제안보 성과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다변화'가 핵심"이라며 "독일 숄츠 총리가 언급한 '디리스킹'도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는 다변화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디리스킹'(de-risking)은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되 과도한 대중국 의존에 따른 위험요소를 줄이자는 개념이다. 서방국가들의 기존 중국 고립 정책인 '디커플링'(탈동조화)에서 한 단계 유화된 노선이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해 왔던 한국으로서는 대중관계의 새로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 특별연설에서 '글로벌 공급망 복원'을 제시한 이래, 국제규범과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한 공급망 구축을 강조해왔다. 지난 '외교 슈퍼위크' 기간 미국·일본을 비롯한 12차례 정상회담에서도 경제협력 강화와 공급망 구축이 핵심 안건으로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도 날카로워졌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였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와 비살상용 무기 등 인도적 지원을 약속했다.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노선 변화가 '디리스킹'이 아닌 '리리스킹'(위험고조)로 흐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한미일 삼각 공조 체제에 따른 급격한 접근법의 변경보다는, 고도의 전략 외교로 중국 리스크를 관리, 이익 극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주로 외교안보정책 기조와 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했다"며 "과거 한미동맹을 중시하되 중국과 러시아와 적대적 관계에 돌입하지 않는다는 외교적 묵계(默契)가 파기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중국은 한국을 디커플링(배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고, 오히려 한국이 대중관계에서 새로운 리스크, 위험이 전보다 고조하는 '리리스킹'(re-risking) 단계에 올라섰다"며 "대통령의 대중·대러 메시지를 줄이고 리스크 관리 태세에 들어가지 않으면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불편한 대중 관계가 지속될 경우, 연내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도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소장은 중국의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 "현지로선 반반"이라며 "중국도 지역 협력과 역내 긴장 완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있지만, (한중 관계가) 더 악화하면 중국이 참석을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대통령실은 대중 관계에 대해 "상호 존중하면서 국제규범을 준수한다면 어떤 협력도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되,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 등 적대 조치에 나서지 않는 한 경제협력은 지속될 것이라는 차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중국에 대한 노선과 원칙은 분명하다. 상호 존중과 호혜의 원칙에 따라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라며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고 분절되는 상황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공급망 다변화는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와의 전략 대화도 나선다는 입장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22일 YTN 인터뷰에서 "중국도 현안 문제에 대해 한국, 일본과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중국, 러시아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고위급 레벨에서도 필요한 현안에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간에 양자 간 전략대화를 시작해 보려 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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