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차사 '중산층 난방비' 지원 대책…정부는 "검토 중"

중산층 지원 목표지만 기준 설정·재정 여건 난제
부처선 '난색' '신중 검토 필요' 등 어려움 나타내

지난달 26일 서울 시내 한 주택가에 설치된 가스 계량기 모습. 2023.1.2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중산층을 대상으로도 난방비 부담을 경감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지만 정부가 열흘 넘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뿐 아니라 부처에서도 중산층 지원에 난색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단시간에 방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0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이날로 열흘이 넘었지만 중산층 난방비 지원 방안은 아직도 가닥이 잡히지 못한 상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서민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산층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어려움이 많다"며 "(중산층 지원) 목표를 갖고 재정으로 어디까지 쓸 수 있는지, 재정 말고는 다른 방안이 있지 않을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 서민·중산층 난방비 지원이 거론되는 것은 지난달 30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다.

윤 대통령은 당시 회의에서 "중산층·서민의 난방비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참모들에게 지시했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해당 사실을 언론 브리핑으로 전했다.

대통령실은 하루 뒤인 지난달 31일 차상위계층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먼저 발표할 예정이라며 중산층은 현황을 점검하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정부는 현재까지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여당과 관계부처에선 '난색'이나 '신중한 검토 필요' 등과 같은 발언이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공단 직원들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노후 보일러 아파트 난방시설 효율개선을 위해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2023.2.6/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전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당과) 여러 차례 협의도 했지만 정부 재정에 관한 고민이 있어 절충점을 아직 못 찾았다"고 털어놨다.

같은 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중산층 확대 방안은 상당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가 재정건전성이나 예산 사정을 고려했을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와 여당 요청에도 관계부처가 선뜻 방안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산층 기준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중산층 범위가 불명확해 어느 선까지 지원할지 정하는 것부터가 난제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반발이 또 생길 수 있다"며 "지원 범위에 따른 예산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도 "국민 60% 이상이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보인다"며 "그 많은 국민에게 난방비를 지원하면 재정 부담이 어느 정도일지 정부가 책임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과도하게 지원 범위를 넓힐 경우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그간 불요불급한 정부 지출을 과감하게 줄여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해온 정부 기조와 배치될 수 있는 탓이다.

5일 서울 강서구 서울도시가스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도시가스 공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23.2.5/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게다가 올해 말에 돌아올 겨울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동결하기로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비롯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맞게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가스요금을 실제로 인상했을 경우 올해 말 겨울에도 가스요금 폭등에 따른 논란이 재차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올해 말부터는 가스요금 인상으로 감당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지금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난방비 관련 질문을 받고 "전체적인 재정이 어려운 과정에서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 부담만 줄인다면 국가가 운영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