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국민께 미안하고 죄송…책임자 엄정 책임 묻겠다"(종합)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주재…참사 후 첫 대국민 사과 "마음 무겁다"
"지하철·쇼핑몰·경기장·공연장·도로 등 장소에 따라 안전 관리 필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관이 함께하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김일창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이태원 참사'에 대해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유가족과 아픔과 슬픔을 함께 하고 있는 국민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모두 발언에서 "아들딸을 잃은 부모의 심경에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마음이 무겁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발생 후 윤 대통령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30일 새벽), 국무회의(1일 오전) 등을 통해 메시지를 냈었지만 회의를 통해 대국민 사과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일 불교 법회, 5일 교회 예배 등에서 사과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조계사에서 진행됐던 이태원 영가 추모집회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공개석상에서 처음으로 사과했다. 5일에는 한국교회총연합·한국교회봉사단이 서울 서초구 백석대 서울캠퍼스에서 진행한 한국교회 이태원 참사 위로 예배에 참석해 "꽃다운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영원히 저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또 6일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미사에 참석한 뒤 참모 회의에서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을 지켜주지 못해 대통령으로서 아프고 무거운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 및 책임자에 대한 문책 가능성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진상규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국민 여러분께 그 과정을 투명하게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해 그 결과에 따라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문책성 인사'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에 대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경찰 업무에 대해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향후 이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안전시스템을 전면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참사 앞에서 여전히 황망하고 가슴이 아픕니다만, 정부는 이번 참사를 책임 있게 수습하는 것은 물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각종 재난안전사고에 관한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켜켜이 쌓인 구조적인 문제점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재난대응의 기본은 선제적 대비와 피해의 최소화"라며 "재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 요인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민·관이 함께하는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11.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윤 대통령은 "현행 안전진단처럼 특정 시설이나 대상뿐만 아니라 위험을 초래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재난대응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위험 상황이 바로 '인파'인데, 인파 사고를 막기 위한 인파관리의 기본 중의 기본은 차로를 차단하는 등으로 인파의 점유공간, 통행공간을 넓혀서 인파의 밀집도를 낮추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완벽한 매뉴얼을 준비했더라도 위기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하게 전달, 공유되지 않는다면 적기에 필요한 조치가 실행될 수 없고 이런 비극은 다시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지하철과 쇼핑몰, 경기장, 공연장, 도로 등 인파 운집 장소와 그 형태에 따라 다양한 안전관리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안전관리의 권한과 책임, 그리고 신속한 보고체계에 관해 전반적인 제도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는 사고 수습과 철저한 진상규명, 안전한 관리 체계의 전반적인 혁신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제가 책임지고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께서 일상을 회복하고 일상생활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정부가 더 노력하겠다"며 "우리 사회가 아픔과 상처를 이겨낼 수 있도록 마음을 모아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다시 한번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치료 중인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경찰청장 등이 정부 측 인사로 참석했다.

민간에서는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김은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클라우드기술지원단장, 민금영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장홍성 SK텔레콤 광고·데이터 부사장,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또 임영재 종로경찰서 경비과장과 김기환 송파소방서 구조팀장, 윤한승 서울교통공사 종로3가(1호선) 역장이 일선 공무원으로, 국민의힘에선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참석했다.

yjr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