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3년]꽃길·가시밭길 오간 文대통령 '한반도 운전자론' 재시동

'전쟁 공포'에서 '평창올림픽'으로 북미대화 물꼬
하노이 '노딜'로 주춤…'코로나 공동대응' 기회로 독자적 남북협력 추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청와대 페이스북) /뉴스1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한반도 운전자론'에 다시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8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11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정을 어떻게 이끌고 갈지에 관해 설명할 계획이다.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남북협력에 관한 구상도 이 자리에서 밝힐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지난 2017년 7월 "남북관계에서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주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통적으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을 펼쳐온 북한과 독자적 협력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같은 달 '베를린 구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로 가는 길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야심차게 운전대를 잡았지만 가시밭길이 놓여 있었다. 북한이 9월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문 대통령은 "강력히 규탄한다.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북한과 지속적 대화와 접촉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추진하는 베를린 구상도 시험에 들게 됐다.

북한과 미국도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표출하며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로 내몰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9월19일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2일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맞받았다.

'말폭탄'뿐만 아니라 북한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미국은 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키는 등 무력 위협을 보였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8년 1월 문 대통령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권유를 북한이 받아들이면서 북미대화의 물꼬가 트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2월 방남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도 대화 의지를 밝히며 북미 간 대화도 시작됐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판문점 선언'을 통해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약속했다.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될 위기에 놓이자 문 대통령은 5월26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 호텔에서 140여 분에 걸친 단독·확대정상회담과 업무오찬을 마친 뒤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하고 있다. (싱가포르통신정보부 제공) /뉴스1

북한과 미국은 결국 같은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했다. 북한의 지도자과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미국의 대북안전 보장 제공, 전쟁실종자 유해 송환 등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북미 간 기싸움이 진행되며 북미관계가 다시 수렁에 빠지는듯 했지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친서를 주고 받고, 김 위원장이 다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면서 북미는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았다.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적극적으로 중재했다. 문 대통령은 9월18~20일 평양에서 3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김 위원장과 대화했다. 3차 회담에선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계획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2019년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합의문 없이, 이른바 '노딜'(no deal)로 끝나면서 북미 관계는 다시 경색 국면에 빠졌다. 같은 해 6월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함께 판문점을 방문하면서 김 위원장과 3자 회동이 이뤄졌지만 뚜렷한 진전은 보이지 않았다. 북미 관계에 맞물려 남북 관계 역시 주춤했다.

문 대통령은 2020년 1월 신년사에서 북미대화에 의존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남북협력을 추진하며 다시 운전대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북미대화가 본격화되면서 남과 북 모두 북미대화를 앞세웠던 것이 사실"이라며 "북미대화가 성공하면 남북협력의 문이 더 빠르게 활짝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반성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전쟁불용, 상호안전보장, 공동번영이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세 가지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국제적인 해결이 필요하지만, 남북 사이의 협력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있다"며 "남과 북이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함께 논의하자"고 대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며 문 대통령은 남북 협력보다는 코로나19 방역 및 경제 피해 최소화에 집중해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4월27일 경기도 파주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고 있다. /뉴스1 ⓒ News1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를 독자적으로 남북 협력을 추진하는 새로운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남북협력의 길을 찾아 나서겠다"며 "코로나19 위기가 남북협력의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코로나19, 가축전염병, 접경지역 재해재난, 기후환경 변화 등 분야에 대한 공동대응을 통해 '남북생명공동체'를 이루고, 이를 발판으로 '평화공동체'까지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남북철도연결, 비무장지대 국제평화지대화, 이산가족 상봉 등 대북제재를 받지 않는 남북협력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 의지로 남북 협력이 전개되더라도 북미 대화 재개라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국경을 폐쇄한 채 코로나19 방역에 몰두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 준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는 지난 5일(현지시간) "우리는 2018년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약속을 이행하는데 전념해 있고 북한과 다시 한번 마주 앉을 수 있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kuko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