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여론에 떠밀린 檢수사 지시…'가이드라인' 논란도

미르 첫 보도 3개월, 첫 靑 '무대응' 반응 한달 만
정치권분열·의혹확산·국정신뢰↓…靑국감 하루 앞

(청와대) ⓒ News1

(서울=뉴스1) 윤태형 기자 =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의혹이 이른 바 '비선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60)의 배임·횡령 의혹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정면대응에 나섰다.

박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강도 높은 검찰의 수사를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대상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자금유용 등 불법행위" "어느 누구라도"를 언급, 최근 더블루케이(K)라는 회사를 통한 배임·횡령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를 우회적으로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대응은 지난 7월26일 한 종합편성매체에서 '청와대 안종범 수석, 문화재단 미르에 500억 모금지원'이란 내용의 첫 보도가 나온 지 3개월 만이자, 두 재단 의혹에 최씨가 관여됐다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처음 대응에 나선 지 꼭 한 달 만이다.

청와대는 그동안 최순실 및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해 "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관련 의혹에 대해 우회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는 있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무대응 속에서 관련 의혹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정치권의 극심한 대립을 가져왔다. 야권은 최순실 씨 비리의혹을 사실상 권력형 게이트로 규정하면서 검찰 수사와는 별도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나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날 발언이 청와대 국감을 하루 앞둔 시점에 나왔다는 점 또한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 의혹은 박 대통령의 국정동력의 심각한 이완을 가져왔다. 그사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며 소위 '콘크리트지지율'인 30%대를 뚫고 취임 후 최저치인 26%까지 떨어진 것이다. 이에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우려까지 나온다.

게다가 미르·K재단 의혹은 최근 최씨가 독일에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받는 회사를 설립해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돈을 지원받은 정황이 제시되고, 최씨의 딸인 정유라씨(20)의 특혜입학 의혹 등으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이 사퇴하면서 여론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지금까지의 무대응 전략에서 벗어나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약 17분에 걸친 이날 회의 모두 발언 중 9분여를 관련 의혹에 대한 설명으로 할애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밝힌 '의혹 해명'의 핵심은 △야당이 규정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는 점과 △청와대 개입 개연성이 높은 재단 설립 당시 모금과정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상의 비리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우선 야권이 '권력형 비리'로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과 관련 "심지어 재단들이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서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은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지난해 2월과 7월 기업대표들과 만나 문화체육에 대한 투자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인들이 동의해 준 것이 두 재단의 설립의 경과"라고 설명했다.

즉 대기업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짧은 기간에 800억 원을 몰아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는 기업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른 모금이었으며, 최씨의 더블루K를 통한 배임·횡령 의혹은 청와대와 전혀 관련이 없는 운영상의 문제임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처럼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의지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면서 최씨와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자 '지나친 인신공격성 논란'으로 규정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검찰에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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