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스위스, 창조경제의 든든한 파트너"(종합)
국빈 자격 방문한 첫 대한민국 대통령
창조경제·세일즈 외교에 무게...1개 협정·11개 MOU 체결
21일 마지막 기착지 다보스로 이동
- 허남영 기자
(스위스 베른=뉴스1) 허남영 기자 = 스위스를 국빈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베른의 한 호텔에서 친한인사 대표들을 접견,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2014.1.20/뉴스1 © News1 박철중 기자
</figure>"스위스 방문은 양국이 앞으로 나아갈 협력 방안을 설정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디디에 부르크할터 스위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박 대통령의 스위스 국빈방문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크다. 지난 1963년 국교 수립 이후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대한민국 대통령 가운데 국빈 자격으로 스위스를 방문하기는 박 대통령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판문점 중립국감독위원회 상임국가로 활동하며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기여해 왔다.
스위스 인구는 799만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7만8754달러(2013년)로 세계 4위다. 국가경쟁력은 5년째 1위다.
양국의 수교 역사와 스위스의 경제규모, 국제무대에서의 위상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 "스위스는 창조경제의 든든한 파트너"
박 대통령과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정치, 경제, 과학기술, 문화 등 제반분야에 걸친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스위스 국빈방문 역시 새 정부 외교기조의 한 축인 '세일즈 외교'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스위스는 전통적인 기초과학 분야 강국이고 정밀기계·나노바이오·정보통신·제약 등 고부가가치 제조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많다.
무엇보다 우수 인력양성을 위한 스위스의 체계적인 직업교육 시스템은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와 맥을 같이 한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 구현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부존자원이 없는 양국에게 사람은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했다. 두 정상은 "우수한 인재육성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중요한 동력"이라는데 공감했다.
박 대통령은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과 국가경쟁력,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한 스위스를 창조경제의 롤모델로 보고 있는 듯 하다.
이날 정상회담 후 박 대통령이 "스위스는 우리 창조경제의 든든한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 경제성과 두드러져
한국과 스위스 정부는 정상회담 후 1개의 협정과 11개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총 12개의 협정과 MOU 가운데 한-스위스 사회보장협정, 외교부간 협력 MOU를 제외하고 10개의 MOU가 산업 기술협력 강화, 에너지협력기반 구축, 첨단 과학기술 협력 확대, 교역 및 투자 확대 등에 관한 것이다.
두 나라 정부는 우리나라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을 한국과 스위스에서 각각 1년씩 교육훈련을 받도록 하는 인력양성 협력 MOU를 체결했다.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스위스 경제교육연구부는 양국 국장급 산업기술위원회 신설, 주요 협력기술 분야별 산학연 워킹그룹 구성, 기술인력 교류 시행 등을 골자로 하는 MOU를 맺었다.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MOU도 잇따라 체결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스위스연방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는 기술사업화 및 공동연구 MOU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로잔공대는 기술사업화 대학창업 협력 MOU, 에너지관리공단과 취리히연방공대는 에너지효율 협력 MOU를 각각 체결했다.
박 대통령의 스위스 국빈방문이 '창조경제', '세일즈 경제외교'에 무게가 실렸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스위스 사회보장 협정은 우리 정부의 최초 제안 이후 15년 만에 성사된 협정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이 협정에 따라 앞으로 한국과 스위스에 각각 파견된 근로자들이 그동안 상대국에 납부해 온 연금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6년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스위스에 파견된 한국 근로자는 연간 최대 2290만원, 한국에 파견된 스위스 근로자의 경우 1010만원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측은 치료용제품 규제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를 계기로 양측은 치료용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의 규제 및 적합성 평가와 관련된 정보를 상호 교환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관련 정보는 치료용 제품에 대한 정책 및 기준, 실험실 검사, 시판전 평가, 시판 후 감시, 시장준수 여부, 제조업자 규정, 임상시험 규정, 규제요건 등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인허가와 규제를 전담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스위스 내무부가 MOU 체결 당사자들이다. 우리 정부는 이번 협약 체결로 신약 개발 및 새로운 의료기기에 대한 인허가 기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상회담에 앞서 개최된 '한-스위스 경제인 포럼'에서는 우리나라의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스위스 글로벌 기업들과 부품공급에 관한 총 5건 1억7000만 달러 규모의 MOU를 체결했다.
◇ 두 정상, '한반도 정세'에 한 목소리
한국과 스위스 정상회담에 한반도 정세가 주요 의제로 다뤄진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스위스는 지난 1974년 북한과 수교를 맺은 이후 지금도 북한과 대화채널을 가진 몇 안된 국가 중 하나다.
지금도 스위스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산림농법 전수 등의 지원을 계속하며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경색국면의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로서는 스위스 정부에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대외정책인 '동북아평화협력 구상'를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했다.
스위스는 또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공감을 표시했다.
부르크할터 대통령은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서도 스위스가 많은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반도 여러 당사자들과 많은 대화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이 온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의장국인 스위스로부터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실행을 위해 OSCE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편 박 대통령은 21일 오전 스위스 국빈방문의 마지막 공식 일정인 베른 시내 한 직업학교를 시찰한 뒤 다음 기착지인 다보스로 향한다.
박 대통령은 22일까지 이틀간 다보스에 머물며 시스코, 퀄컴, 아람코, 지멘스 등 세계 굴지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개별적으로 만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 일명 다보스 포럼) 연차총회가 개막되는 22일에는 '창조경제와 기업가정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nyhu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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