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한, 일정 관련 외교적 결례 논란

(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 = 방문 일정이 이틀에서 하루로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의 일정 소화도 외교 관례상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아 외교적 결례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교적 결례'인지에 대해서 우리 외교 당국은 그렇지 않다고만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저자세 외교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 일정이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40분이나 늦게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기착 비행장도 막판까지 성남 서울공항과 인천국제공항 사이에서 혼선을 빚었다.

당초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12~13일로 잡혀 있었으나 13일 하루로 단축됐다.

방문 일정이 바뀐 것에 대해 청와대는 "외교라는 것이 양국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유동적일 수 있다"며 "러시아측 사정에 의해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방한에 앞서 베트남을 방문했으며, 베트남에서의 일정을 이유로 우리 외교부에 방한 일정 변경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측의 이 같은 일방 통보식 일정 변경을 '외교적 결례'로 보고 있다.

정상회담 후에 열리는 늦은 오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가진데 이어 협정서명식과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후 오후 3시를 넘긴 시간에 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이날 오찬 행사에 초청된 러시아 관련 기업 인사와 은행장,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전직 대사를 포함한 학계 전문가, 그리고 언론계 인사,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 등 80여명도 때늦은 오찬을 하게 됐다.

청와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오찬을 먼저 한 후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러시아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정상회담 후 오찬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푸틴 대통령이 단 하루만 한국에 머물며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물론 다른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려다 보니 무리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한국 체류시간은 17시간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숙소에서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시간 동안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9개의 공식 및 비공식 일정을 소화해야 하다보니 이런 부작용은 예고된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상의 이유를 내세운 러시아 측이 하자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 방한 일정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려 다닐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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