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시설 학대 90%는 '개선명령' 솜방망이…"처분 강화해야"

권익위, 복지부에 '제재처분 실효성 강화방안' 권고

박종민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중앙행정심판위원장.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4.11.8/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앞으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학대 행위가 발생하면, 행정처분 기준이 학대 유형과 정도에 따라 세분화되고 학대 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범위가 넓어질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장애인 시설 내 학대 행위에 대한 제재 처분 실효성 강화방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현재 노인이나 아동 복지시설에서 학대 행위가 발생하면 학대의 유형이나 정도에 따라 업무정지 처분부터 시설폐쇄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장애인복지시설에서는 학대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학대의 유형이나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1차 위반에 대해 개선명령만 가능하다. 다양한 학대 행위 중 성범죄에 대해서만 1차 위반부터 시설폐쇄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동일한 학대 행위가 발생해도 발생장소가 노인 또는 아동 시설인지 장애인 시설인지에 따라 행정처분 결과가 달라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권익위 실태조사 결과, 지난 5년 동안 학대 행위가 발생한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행정처분 109건 중 90.8%인 99건이 개선명령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복지시설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으나, 학대 행위자에 대해 인사조치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는 곳은 7곳에 불과했다. 장애인 학대 행위자에 대한 사후관리와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아울러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 학대 범죄자는 장애인, 노인, 아동 관련 시설에 취업하는 것이 제한된다. 지난 2023년 '노인복지법' 개정으로 노인 관련 시설의 범위가 일부 확대됐으나 '장애인복지법'에는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아 장애인 학대 범죄자 취업제한 대상기관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었다.

권익위는 장애인 학대 행위의 유형과 정도를 고려한 세부적인 행정처분 기준을 마련하고, 시설 내 학대행위 발생 시 학대 행위자에 대한 인사조치 결과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의무적으로 확인하도록 권고했다. '노인복지법' 개정사항을 반영해 장애인 학대 범죄자의 취업제한 대상기관도 확대하도록 했다.

박종민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번 제도개선으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행위에 대한 제재 실효성이 강화돼 학대 예방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