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손가락 절단…권익위 "의무기록 없어도 보훈대상"

국가보훈부에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심의' 다시 하라고 의견 표명

유철환 국민권익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민권익위원회-4대 사회보험기관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4.9.27/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60년 전 군에서 차량을 정비하던 도중 사고로 손가락이 절단됐는데 의무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보훈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는 정부의 판단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군 복무 중 손가락이 절단됐지만 아무런 보훈 혜택도 받지 못한 A 씨가 제기한 고충민원에 대해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상자 심의'를 다시 하라고 국가보훈부에 의견 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A 씨는 육군 한 사단 통신중대 수송부에서 군 복무를 했는데, 1966년 군 차량을 정비하던 중 신입 병사가 실수로 차량 시동을 거는 바람에 차량 팬 속으로 손가락이 딸려 들어가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마디를 절단하게 됐다.

A 씨는 2017년 처음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는데, 국가보훈부는 A 씨의 진술 외에 군 병원 입원·치료기록 등 손가락 부상과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후 A 씨는 올해까지 총 5번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신청했으나 번번이 '비해당' 결정 통보를 받았다.

결국 A 씨는 "젊은 나이에 군 복무 중 부상을 입고, 항상 감추고 싶은 아픈 상처를 안고 살아왔는데 국가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는 것은 억울하다"며 대통령에게 고충을 호소했다.

대통령실과 권익위는 A 씨와 대면해 고충을 듣고, 관계기관 등으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권익위는 A 씨가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갑종(현재 1급) 판정을 받았고, 군 복무 당시 손가락을 주요하게 사용하는 차량 및 무전기 정비 업무를 수행했으며, 동료 병사들이 A 씨가 입원했을 때 면회하러 갔었다고 진술한 점에 주목했다.

또한 A 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서와 보훈심사 기록상 제대 이후 손가락 절단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진료기록이나 별도 산업재해 요양급여를 신청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1960년대 열악한 군 복무환경을 고려할 때 의무대에서 수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고, 병적기록표상 수술 직후 25일간 휴가를 간 기록 등도 참고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군 내부 의무기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훈대상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앞으로도 과거병력, 복무기록, 관계자 진술 등 다양한 증거들을 찾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민의 권익을 구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