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수·면장실 꾸미기에 댐 건설 피해지원금 펑펑…42억원치 적발

권익위 7개 지자체 실태조사 결과 20% 이상 부실집행 확인
목적 외 사업비 환수 조치 요구…환경부에 제도개선 권고

A 지자체가 지원사업비로 구매한 소파를 주민자치센터 면장실에서 사용한 사례.(권익위 제공)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댐 건설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댐 주변 지역 지원금' 수십억 원이 부실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최근 2년간의 댐 주변지역 지원사업 집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총 207억 원의 지원금 중 20%가 넘는 42억 원이 부실 집행됐다고 15일 밝혔다.

해당 지원금은 댐 건설로 인한 피해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2023년 기준 57개 지방자치단체에 총 303억 원이 교부됐다. 해당 조사에는 안동시, 제천시, 청주시, 춘천시, 진안군, 임실군, 단양군 등 7곳이 포함됐다.

부실 집행 내역은 목적 외 사용이 약 4억 8000만 원, 절차 위반 약 19억 원, 이외 부실한 회계처리 등이 약 18억 원으로 확인됐다.

지원금의 목적외 사용 적발 사례로는 A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생활기반을 조성하는데 써야 할 사업비 418만 원으로 면장실에서 사용할 소파를 구입했다. 762만 원 상당의 복사기를 구매해 주민자치센터 행정 업무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B 지자체는 이미 마을회관이 있음에도 마을회관용 부지 매입에 1억 2593만 원을 지원했고, 해당 부지는 매입 후 2년 넘게 방치되고 있었다. 건축물이 있어 주차장으로 사용이 어려운 토지에 1억 원의 주차장 부지 매입 보조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C 지자체 한 마을에서는 지원금으로 냉장고, 세탁기 등 2400만 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사서 배부했는데, 이 중에는 지역주민이 아닌 외지인도 포함돼 있었다.

D 지자체는 마을영농시설을 설치한다는 명목으로 1700만 원을 지출했으나, 실제로는 외지인인 주민의 아들이 소유한 토지에 개인 거주시설을 설치했다가 적발됐다.

E 지자체는 농배수로 공사비 280만 원으로 특정 주민의 사유지에 잔디를 심어줬고, F 지자체는 마을방송 수신기 설치비 860만 원을 주민 12명의 건강검진비로 임의로 변경해 지출했다.

이번에 적발된 금액의 80% 이상은 사업 심의·승인 절차 위반(약 19억 원) 및 회계처리 부적정(약 18억 원) 등으로 확인됐다.

특히 관계 법령에 따라 지원사업협의회 심의·승인을 받은 사업에만 지원금을 지출할 수 있는데도 절차를 위반해 지원금을 먼저 집행하고 승인은 사후에 받는 사례가 여러 지자체에 걸쳐 다수 적발됐다.

G 지자체는 약 5000만 원의 '태양광발전시설 설치' 사업을 승인받은 후 '마을공동 저온창고 설치'로 변경 심의 없이 임의로 변경해 지원금을 사용했다.

H 지자체는 약 1억 원의 '환경정비 및 생태공원 준설' 사업을 승인받았으나 실제로는 '공연장 무대 탈의실 설치' 등 4개 사업에 지원금을 집행했는데, 정작 사업을 변경하겠다는 계획은 다음 해에야 형식적으로 심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I 지자체는 지원금으로 8억 5000만 원 상당의 트럭, 굴착기, 전자제품 등을 지자체 소유 재산으로 구매한 뒤 이를 마을 주민에 무단으로 배부해 '공유재산법 및 물품 관리법'을 위반했다.

권익위는 이번 조사에서 댐 주변지역 지원금을 부실하게 사용한 7개 지자체에 조사 결과를 통보해 목적 외로 사용한 사업비에 대한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환경부에는 관련 내용을 통보, 해당 사업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댐 건설로 피해받는 주민들을 위해 쓰여야 할 지원금이 부실하게 집행되는 관행을 바로잡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국민 혈세가 올바른 곳에 제대로 쓰이도록 계속해서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