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할매 래퍼' 서무석 할머니 별세…한 총리 "명복을 빈다"(종합)

(서울·경북=뉴스1) 이기림 정우용 기자 = 한덕수 국무총리는 15일 경북 칠곡 할매 래퍼 '수니와칠공주'의 서무석 할머니의 별세 소식에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유족들과 다른 멤버들이 마음을 잘 추스렀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서무석 할머니가 오늘 오전 지병으로 영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서 할머니는 지난해 8월부터 수니와칠공주 래퍼로 활동하던 중 이상 증상을 느껴 대학병원에서 림프종 혈액암 3기 진단을 받고 시한부 3개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서 할머니는 랩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는 이유로 래퍼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암 투병 사실도 가족을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무대에 섰다.

한 총리는 "칠곡 어르신들은 일흔 안팎에 한글을 익히고, 여든 안팎에 랩을 배웠다"며 "평균 연령 85세의 힙합그룹 '수니와칠공주'를 만들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와 동영상으로 국민들에게 따뜻한 웃음을 안겼다"고 말했다.

이어 "(혈액암 진단 후) 할머니가 랩을 할 때 어린아이 같이 기뻐해서 가족들도 만류하지 못했다고 들었다"며 "한글날 서울 광화문광장 무대에 올랐을 때만 해도 정정해 보였는데, 실은 그때 이미 편찮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수니와칠공주 할머니 여덟 분은 모두 고단한 세월을 보내며 어릴 적 배움의 기회를 놓친 분들"이라며 "하지만 한글문해교육을 통해 글을 익힌 뒤 '시가 뭐고?'라는 시집도 출간하고, 시에 리듬을 붙여 구성진 '할매랩'도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극장'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NHK 등 외국 방송사가 취재를 올 정도로 전국구스타로 떠올랐다"며 "정부가 하는 일에도 많은 힘을 보탰는데, 올해 2월 만학도를 위한 평생교육기관 졸업식에 할머니들이 축하 랩 뮤직비디오를 보내준 기억이 지금도 뭉클하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고단하게 일하며 나이 든 분들이지만, 할머니들의 시와 노래에는 유머와 에너지가 넘친다"며 "세상을 탓하고 남을 야단치기보다,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과 남들을 다 같이 응원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나이가 들어버려서'라는 이유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찡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서 할머니는 의사가 판정한 3개월을 훨씬 넘긴 9개월간 래퍼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6일부터 건강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암이 폐로 전이돼 의식이 혼미한 상태로 있다가 이날 결국 별세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