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방만경영' 뼈 때린 감사원…방문진엔 '주의요구' 솜방망이, 왜?

전 정부 사장 재임 기간 감사…수백억대 경영실패 사례 공개
방문진 이사진 '여소야대'…"자료 제출 안돼 책임 묻기 어려워"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건물. 2024.1.12/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MBC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에 투자한 105억 원을 전액 손실하는 등 방만 경영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이에 대한 관리·감독에 소홀했음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주의요구'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

처분의 경우 감사원의 합의제 기구인 감사위원회 결정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파악하긴 어렵다. 야권 추천 인사가 다수를 점한 방문진이 감사원 요구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책임 소재를 따지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사원은 11일 MBC가 최승호·박성제 사장 시절 관리지침을 따르지 않거나 대규모 투자손실 등 방만 경영을 했다면서 방문진에 주의요구를 하는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방문진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이지만, 감사 내용 대부분은 MBC의 부실 경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MBC는 2019년 임원회의에서 사옥 매각대금 4849억 원을 적극 운용하기로 결정하고 총 1905억 원을 초고위험 금융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방문진은 MBC로부터 대규모 투자손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누락 등 상법 및 내부규정 위반 사실 등을 보고받았다. 그러나 MBC가 제시하는 미온적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이사들이 제기하는 지적사항 등을 MBC에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본부장 전결로 투자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개발 펀드 105억 원의 경우 전액 손실이 발생했고, 이외 투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MBC는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방송권 투자를 했다가 2022년 10월 대회가 취소되면서 18억 3000만 원을 상환받지 못했고, 이를 방문진에 보고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음악공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에 총 11억 원을 투자했지만 투자금 상환예정일인 2022년 11월까지 9억 3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밖에 MBC 관계사들의 방만 경영도 감사 결과에서 다수 지적됐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방문진 이사장에게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요구'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감사원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방문진과 MBC의 비협조적인 감사 태도가 이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MBC는 방문진이 70% 지분을 출자 형식으로 소유한 방송사업자로서 감사원법에 따른 감사원 감사대상기관이 아니다. 다만 감사원은 감사사항 관련자인 MBC를 대상으로 자료제출 요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방문진은 이번 감사가 감사원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등 감사과정 전반에서 감사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감사원은 2023년 3월 13일부터 29일 사이 방문진이 MBC로부터 보고받은 MBC 내부감사 자료, 사규 등을 요청했다. MBC 경영자료 53건, 방문진 이사회 회의자료 38건 제출 등이 요구됐다.

방문진은 MBC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MBC도 자료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방문진은 2023년 4월 이사회 개최 이후 'MBC 자료를 감사원에 전달할 권한과 책임이 없다'거나, MBC가 회의자료 5건을 회수해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방문진은 그해 4월 감사원에 'MBC 보유자료는 감사원이 MBC에 직접 요구해 제출받으라'고 회신했고, MBC에는 향후 MBC자료를 감사원에 전달하기 어렵게 됐음을 알리니 '맞춰 조치하기 바란다'는 공문을 시행했다. 결국 실지감사 종료일인 그해 8월까지 MBC는 자료를 미제출했다.

감사원은 이에 대한 이유 등을 확인하려고 관련 이사회 안건자료 및 속기록을 요구했으나, 열람이 미허용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처분에 대한 내용은 국민이 판단할 몫이지만, 감사위원회에서 다수 의견이 '주의요구'였다"며 "다만 감사자료 제출 거부 등 협조가 안 된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MBC에서 자료를 거의 제출하지 않아서 외곽자료만 가지고 문제들을 확인한 것"이라며 "MBC는 감사대상기관이 아니라서 어떤 처분을 할 수 없고, 방문진 이사진도 바뀌어서 뭘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MBC와 방문진 사이에 뭐가 오갔는지 확인이 안 돼 책임 묻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방문진 이사진은 정원 9명으로, 현재 방문진인 12기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돼 (현)야당 추천 6명, (현)여당 추천 3명으로 야권이 우세한 구도로 구성돼 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