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 90% LH 전관업체 수주…"서로 챙기는 문화가 대형사고로"
감사원,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 공개
"전관 관계로 인한 온정적 관리·감독이 문제"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철근 누락으로 촉발된 '순살아파트' 사태를 계기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감사한 감사원은 전관 유착 문제를 밝혀내며 만연한 '온정주의'를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LH 현장감독 차장들이 전관에게 상품권이나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다수 포함됐다.
전관 유착으로 볼 수 있는 일은 개인적 일탈 차원에서만 발생하지는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LH가 지난 2017년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한 노후임대자산 리뉴얼 사업을 주제로 제5회 경진대회를 개최할 때도 전관 업체를 챙긴 정황이 포착됐다.
당시 LH는 4개 업체를 포상하는 것으로 최초 공고했다.
하지만 '최종 작품 접수 기한'에 A 건축사사무소 등 5개 전관 업체가 작품을 접수하자 포상 업체를 5곳으로 변경했다.
LH는 최종 작품 접수 기한 이전에 있었던 '응모 신청 기간'에 11개 업체가 참여했을 때만 해도 공고 내용 변경을 검토하지 않았다.
최종 5개 전관 업체가 작품을 제출한 뒤에야 대회 참여 활성화 사유를 들어 포상 업체를 5곳으로 늘렸다. 시점도 경진대회 심사일 이틀 전이었다.
결국 5위 업체인 A 건축사사무소까지 포함해 5개 전관 업체 모두 포상을 받았으며, A 건축사사무소는 포상 이력을 활용해 이듬해 LH와 공동주택 설계용역 계약을 따냈다. 계약금액은 33억 5250만 원이었다.
감사원이 2021년 9회 대회까지 전수 조사한 결과 포상 규모를 확대해 업체 모두를 포상한 것은 5회가 유일했다.
LH 퇴직자 재취업 현황에서도 유착 관계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정황이 발견됐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2013년 이후 LH를 퇴직한 3급 이상 직원 1427명 중 설계·감리 등 계약 이력이 있는 업체(159개)에 재취업한 인원은 총 623명이다.
이중 설계·감리 사무소에 재취업한 인원은 579명(91.6%)이었다. 나머지 54명은 공사 계약업체에 재취업했다.
전관이 대거 설계·감리 사무소로 가다 보니 LH가 발주한 전체 설계 용역의 69.2%, 감리 용역의 90.6%는 전관 업체가 수주했다. 공사는 22.0%만 전관 업체가 가져갔다.
감사원은 LH와 전관이 부당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행위가 추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전관들과의 관계로 인한 온정적인 관리·감독이 문제"라며 "온정주의 문화가 확산하면 업체 관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감사를 통해 LH가 설계오류를 범한 4개 전관 설계업체에는 벌점을 부과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4곳에는 LH 퇴직자 총 43명이 재직 중이었다.
아울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고, 반대로 미흡통지서를 받아야 하는 전관 업체에는 통지서를 발급하지 않는 등 부실한 품질 관리도 적발됐다.
LH가 시장에서 부실 업체를 가려내는 역할을 하지 않고 오히려 양산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한편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무량판구조 부실 건설 △전관 업체 관리·감독 분야 △전관 업체 등 직무관련자와의 유착·특혜 등 3개 분야에서 총 37명에 대해 문책·주의를 요구하거나 비위 행위를 통보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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