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 아버지가 주셨다"…LH 전관 계좌에 수천만원 현금입금
감사원, 전관특혜 실태 감사 결과 공개
'상품권·골프접대' 총체적 관리·감독 부실
- 정지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순살아파트' 논란을 불러온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직원들이 전관에게 금품과 향응을 받는 등 유착 관계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8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LH 전관특혜 실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일부 LH 직원이 직무와 관련된 전관 업체에서 받은 상품권을 명품 구매에 사용한 일이 파악됐다.
◇신고도 없이 전관과 어울린 현장감독들
감사원에 따르면 LH 현장감독 A 차장은 인천지역본부에서 재직할 당시인 2021년 3월 한 명품 매장에서 잡화를 구매하며 230만 원 상당 상품권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80만 원은 직무 관련 전관 업체 2곳에서 각각 구매한 상품권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50만 원도 법인이 구매한 상품권이었으나 감사원은 구매자 정보를 확보하지 못해 어떤 법인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감사원은 A 차장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열 차례에 걸쳐 현금 총 4560만 원을 본인 명의 계좌에 입금한 사실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공직자 윤리법에 따라 3급 이상 LH 직원도 1000만 원 이상 현금 변동은 신고 대상이지만 A 차장은 신고하지 않았다.
A 차장이 현금을 본인 명의 계좌로 넣은 기간은 전관들과 해외 골프여행을 떠난 시기와도 겹쳤다.
해당 기간 A 차장은 총 4차례에 걸쳐 전관들과 베트남, 카자흐스탄으로 골프여행을 떠났다.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전관과 접촉할 때는 회사에 신고해야 하지만 A 차장은 이를 묵살했다.
A 차장은 부친이 매년 명절 때마다 본인에게 준 현금을 자택에 보관하고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자금 출처 관련 소명을 거부하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휴대전화를 파기했다.
전관에게 골프 향응을 받은 현장감독은 더 있었다.
현장감독 B·C·D 차장 등 3명은 대전충남지역본부에서 근무할 당시인 2021~2023년에 동일한 전관에게 각각 총 32회, 33회, 31회씩 골프 접대를 받았다. 그러면서 회원제 골프장 할인혜택과 식사 등 향응을 각각 100만 원 가까이 받았다.
특히 B 차장은 골프를 접대한 전관뿐 아니라 본인이 구매를 요청한 조명 자재를 납품한 업체 대표와도 함께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갔지만 회사에는 신고하지 않았다.
C 차장은 허위로 공가를 신청하거나 연가 신청 없이 골프를 치는 등 7회에 걸쳐 근무지를 무단이탈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LH 사장에게 A 차장을 파면할 것을 요구하고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한 혐의에 관해서는 과태료 부과 재판 관할 법원에 통보하도록 했다. 상품권 수수 등 수뢰 혐의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나머지 B·C·D 차장도 정직을 요구했다.
◇설계오류 봐주기…주먹구구식 품질 관리
감사원은 LH가 관리와 감독 부실로 전관업체에 특혜를 제공한 사실도 포착했다.
LH 충북지역본부는 설계업체 설계오류로 공사비가 17억여 원이 늘어나게 됐지만, 문제가 된 설계업체 4곳에 벌점을 부과하지 않고 설계변경 요청을 승인했다. 업체들에는 LH 퇴직자 총 43명이 재직 중이었다.
또 LH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전관 업체에 품질우수통지서를 발급하거나, 품질이 떨어지는 전관 업체에 품질미흡통지서를 발급하지 않는 식으로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LH 업무 관련자들에게 문책과 주의를 요구하는 한편 지적된 사항을 바로잡도록 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에서 지하주차장 천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순살아파트 논란이 불거진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당시 LH가 전관 업체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며 봐주기 등 특혜 지적이 이어졌으며, 국회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감사원에 각각 국회감사요구와 공익감사청구를 제기했다.
실지감사는 지난해 11~12월과 올해 1~2월 두 차례 진행됐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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