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사유 출장' 줄줄 새는 혈세…지방의회 '갑질·부패' 개선 착수

작년 종합청렴도 평가 공공기관 80점, 지방의회 68점
권익위, 올해 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첫 실시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3년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1.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방의회 부패가 심각하고,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권익위는 올해부터 243개 모든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평가를 실시한다. 지난해까지는 광역의회와 일부 기초의회를 대상으로 종합청렴도 평가를 실시했으나, 올해 처음으로 모든 지방의회 평가를 하는 것이다.

권익위가 모든 지방의회의 종합청렴도를 평가하게 된 것은 다른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청렴도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의회 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68.5점을 기록했다.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80.5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방자치단체 공직자‧산하기관 임직원‧의회 사무처 공직자 등이 직접 경험한 부패경험률은 15.51%에 달했다.

권익위는 그동안 예산 부족으로 전수조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지방의회 부패 심각성이 연일 부각되며 사회적 질타가 잇따르자 이를 타파하기 위해 올해 전수조사를 하기로 했다. 결과는 12월쯤 나올 예정이다.

권익위는 종합청렴도 평가를 통해 문제 분석뿐만 아니라 이미 나와 있는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지방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으로 혈세 낭비가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에 집중할 방침이다.

앞선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청렴체감도 중 의회운영 점수에서 '외유성 출장'이 61.9점으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에 권익위는 7개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국외 출장 운영 실태를 사전 점검해 여러 문제점을 적발했다. 일례로 A시의회는 공무와 관련 없는 베르사유 궁전 입장권(약 44만 5000원)을 예매했다가 국외 출장이 취소되자 입장권과 같은 금액인 취소 수수료를 예산으로 지급했다. B시의회는 국외 출장 7박 9일 중 4일을 공무와 관련 없는 외유성 관광 일정으로 편성했다.

권익위는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243개 전체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국외 출장 운영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86개 기초 지방의회의 조례 등 자치법규를 대상으로 부패영향평가를 실시하고 부패유발요인 1411건에 대한 개선 권고를 했다.

개선방안에는 출장심사위에 민간위원 참여, 출장목적과 다른 경비 환수 등이 담겼다. 지방의회 선심성 포상 등 특혜 관행이 근절, 지방의회 고문 연임 제한 규정 마련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권익위는 주민 알권리 보장 등을 위해 '지방의회 의사 공개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 개선 권고했다. 개선방안에는 온라인 등으로 방청 신청을 받아 주민에게 방청 가능 여부를 사전에 알리도록 하는 규정 등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는 "투명한 지방의회 운영을 위해 권익위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마련해 개선을 권고하고 있다"며 "'지방 토착 카르텔' 근절을 위해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주민 등 관계자 모두 관심을 갖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