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손 부족 비명' 귀 닫은 고용부…외국인력 수요 엉터리 산정 적발

감사원 '외국인 인력도입 및 체류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 공개
고용노동부·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 등에 개선방안 마련 통보

서울 종로구 감사원의 모습. 2023.8.17/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위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고용노동부가 객관적 기준 없이 산정해 산업계 수요와 괴리된 도입 규모를 산출하는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16일 공개한 '외국인 인력도입 및 체류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부는 고용허가제 도입 규모 산정 시 객관적 근거 없이 기초자료를 조정하거나 임의로 전망치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는 2004년부터 내국인 기피 등으로 단순기능인력이 부족한 제조업 등에 외국인력을 최대 3년간 도입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력 도입 규모는 신규 외국인력 수요에 귀국 예상자 대체수요를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되는데, 합리적·객관적 근거에 따라 전체 및 업종별 도입 규모를 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용부는 매년 관계부처로부터 도입 규모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외부 전문가 자문 등을 받은 바도 없어 도입 규모 산정 방법 및 결과에 대한 검증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결과 2016∼2022년 사이 고용부에서 산정한 도입 규모가 연간 2만~10만여 명 수준만큼 산업계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적게 산정됐다.

감사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고용허가제가 원활한 인력수급이라는 제도 취지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객관적 근거를 토대로 단순 기능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수요를 검토해 고용허가제를 통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산정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한 건설·서비스업 등의 일용직 인력으로 다수 활용되고 있는 방문취업 체류자격 인원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법무부 등은 대응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는 재외동포(F-4) 제도와 방문취업(H-2) 제도를 운영하면서 2008년부터 방문취업에서 재외동포로의 전환요건을 완화해 재외동포 자격의 체류인원이 늘어났다. 반면 방문취업 자격의 체류 인원은 지속 감소해 방문취업 인력을 다수 고용하던 건설업·서비스업의 인력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감사원은 법무부 장관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방문취업자 부족으로 발생할 수 있는 건설업·서비스업 등의 인력 공백 위험과 외국인 인력이 국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취업이 가능한 체류자격 인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체류자격의 취업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아울러 고령화 등으로 농촌 지역의 근로 인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이를 보완할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도입규모도 지역 수요 대비 저조하고, 전문인력 체류자격 인원 중 11.4%가 출입국관리법을 위반 중이며 비자면제 제도를 악용해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이 급증하지만 개선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었다.

감사원은 법무부 장관에게 "지자체가 외국과의 양해각서(MOU) 체결 과정에서 국제협력 업무 부담 등으로 양해각서를 체결하지 못하는 경우 해당 지자체에 관련 업무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는 "지자체가 공공형 계절근로 농촌인력중개센터 사업을 희망하는 경우 국비 지원 비율을 조정하거나 지방자치단체 부담 자체 예산 비율을 높이는 등의 방법을 통해 필요 지자체에 공공형 계절근로자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외에도 대학교수 등 전문직 근무를 위해 체류 중인 전문인력 체류자격 인원 중 상당수가 관련 법령을 위반해 근로 활동 중인데도 실태 파악 및 관리 강화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사증면제 제도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이 불법체류자로 전환되고 있는데 대응체계 및 절차를 마련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감사원은 법무부에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