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명품백' 회의록 소수의견 보니…"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

사건 '종결' 처리한 전원위원회 회의록…위원들 우려 잇따라
"뇌물, 알선수재죄 성립 여지" "尹 지지하는 외관 오해도"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 8일 저녁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요 신고사건 전원위원회 회의 의결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민권익위는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신고 사건 3건에 대해 각각 송부, 이첩, 종결 처리하고, 지난달 10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신고 사건을 종결 처리한 의결서에 소수 의견도 담아달라는 안을 두고 회의록에 남기는 방식으로 최종 의결서를 확정했다고 밝혔다.(국민권익위원회 제공) 2024.7.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사건에 관해 '종결' 처리한 것과 관련해 전원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권익위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지난달 10일 권익위 전원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은 해당 명품가방에 관해 '대통령기록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한 위원은 "사적인 부분과 직무관련성이 좀 섞여 있는 부분이다 보니까 애매한 구석은 있는데, 다른 사례 같은 경우 국가원수로부터 (선물을) 대부분 받았다"며 "그러니까 국가라는 게 국격이 있는데 국가로부터 선물 받았을 때 그 수준에 맞게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사안 같은 경우에는 선물 전달이 굉장히 은밀하게 이뤄졌고, 전달 장소나 전달자의 지위가 여태까지 해왔던 대통령기록관에 있는 그런 내용하고는 좀 판이하다"며 "따라서 이건 선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뇌물공여자들의 행태를 보게 되면 증거를 많이 남기는데, 그에 대해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해서 뇌물이나 청탁금지법 금품수수와 관련된 걸 퇴색하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위원회 조사 근거나 가능성 여부를 보게 되면 지금 이 부분은 뇌물로 볼 여지도 있고, 일반범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알선수재죄도 충분히 성립할 여지가 있다"며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법률이 아니어서 권익위가 이 부분에 대해 관여할 여지가 있는가, 이런 부분에 의문이 생길 수가 있는데 국가기관이라고 하게 되면 그 죄명에 구속되지 않고 사실관계에 기초해서 수사 의뢰나 고발이나 이런 걸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첩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위원은 "공적인 만남이나 행사 자리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수수 장소가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보면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는 것은 제가 보기에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국민적 여론을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권익위가 국제적으로 반부패와 관련해서 굉장한 위상을 국제적으로 갖고 있는데, 이미 국제적인 현안이 돼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며 "민감한 여론의 관심을 받는 것이 보도될 때 권익위가 대외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하는, 또는 대통령의 정치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영역에서 마치 지지하는 외관을 보여주는 게 오해를 받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밝혔다.

또한 일부 위원은 이번 회의와 의결을 각각 '비공개'와 '무기명'으로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익명에 숨기보다는 소신껏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거수방식'을 택하게 된 사실도 회의록에 명시됐다.

lg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