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바로잡는다" '명품백' 의결서 최초 공개…소수의견은 회의록에(종합)
권익위 "공직자 배우자가 직무 관련 금품수수 된다는 의미 아냐"
"국회 요청하면 회의록 공개…공직자 배우자 규율 국회 논의 필요"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국민권익위원회는 8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사건에 관해 종결 결정한 의결서를 공개했다.
공개범위는 법령에 따라 공개가 제한되는 신고내용 외 신고자에 준해 보호받는 협조자, 이해관계자 정보 등이 포함된 부분을 제외한 관련법령, 판단, 결론 등 전문이다.
신고사건 관련 의결서의 대외공개는 권익위 설치 이래 처음이다. 권익위는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의결서를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의결서에는 대통령 배우자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 "수수금지 의무만 규정돼 있고, 제재 규정이 존재하지 않음이 법령상 명백하다"고 적혔다.
헌법재판소가 2016년 7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2호 제1호 마목 등 위헌확인 사건에 대해 "청탁금지법은 금품등 수수 금지의 주체를 가족 중 배우자로 한정하고 있으며, 공직자등의 직무와의 관련성을 요구하여 수수 금지의 범위를 최소화하고 있고, 배우자에 대하여는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점을 예시로 들었다.
청탁금지법에 따른 이첩 대상이 아닌 경우 종결 처리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해당 사건은 언론매체에 공개된 내용을 시민단체가 신고한 것으로 검찰에서도 동일 사안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로 종결 사유에 해당됨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대통령 배우자의 알선수재죄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패방지권익위법을 검토한 후 이첩·송부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는 "공직자의 범위를 명백하게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직자가 아닌 공직자 배우자의 행위는 부패방지권익위법상 부패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을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대통령 배우자와 물품 제공자 사이 이루어진 물품 제공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제공됐다고 볼 자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본건 물품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자료 역시 부족하다"며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본건 물품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제공됐다고 해도 대통령기록물법과 공직자윤리법 등에 따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권익위 측은 "이번 결정은 공직자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금품등을 수수해도 된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를 고의적으로 회피했다는 등의 오해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될 소지가 있는 사건에 대해 신중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신고 사건 결정이 늦어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또한 권익위는 이번 결정에 관해 반대하는 위원들의 소수의견을 의결서에 담는 문제에 관해 회의록에 담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을 통해 "기존 전례가 없었고, 합의제 행정기관 전부와 행정심판기관들은 소수 의견을 담지 않고 있었다"며 "다만 사법기관인 경우 법률로 담고 있었고, 기타 독립기관에서는 일부 규정이 있는데 부결된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그래서 저희는 다수, 일반 합의제 행정기관에 따라서 소수의견을 부기는 하지 않았다"며 회의록에 소수의견 전문을 낭독해 남기는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의록은 국회에서 요청하는 경우 공개가 되기 때문에 위원 한 분이 소수의견을 20~30분간 낭독해 충분히 기재됐다"고 밝혔다.
또한 정 부위원장은 "신고자나 피신고자에게 의결서를 일절 주지 않고, 국회에서 요구하면 보내는데 너무 불필요한 오해가 광범위하게 퍼져서 이걸 바로 잡는 게 훨씬 중요한 공익이라고 생각해 부득불하게 의결서를 공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위원장은 "공직자 배우자를 어떻게 규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저희가 나서는 건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라고도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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