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얼룩진 선관위…직원 예비사위 위해 전형 바꿨다

감사원, 인력관리실태 발표…직급·지역 안 가려
직원 자녀 미리 '내정'하고 전형 바꾸기도 일상

감사원 전경 2014.9.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선관위처럼 이렇게 공직자를 뽑고, 채용 과정에서 특혜 제공이 이뤄지는 경우는 감사원 생활 24년 동안 처음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30일 지난해 7~11월 실시된 선거관리위원회 대상 인력관리실태 조사 중간결과를 설명하며 채용 비리로 얼룩진 선관위를 이같이 표현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선거철 결원을 뽑기 위해 실시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은 사실상 '직원 자녀들이 손쉽게 국가공무원으로 입직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됐다.

사무총장(장관급)과 사무차장(차관급) 등 고위직부터 중간간부에 이르기까지 자녀채용 청탁은 직급과 지역을 가리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 설명이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중간결과를 보면 대검찰청에 수사요청이 이뤄진 김세환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 수사 참고자료가 송부된 박찬진 전 사무총장 외에도 특혜 의혹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충북선관위는 청주시상당구선관위 국장(4급) A 씨의 자녀(8급 공무원)가 2019년 11월 경채에 응시하자 자녀가 소속된 지자체에 전출을 동의하도록 만들기 위해 군수를 수차례 압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채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기존 근무지에서 전출 동의를 받아야 한다.

A 씨가 평소 친분이 있던 충북선관위 인사담당 과장과 과거 함께 근무했던 옥천군 선관위 선거담당자에게 해당 군수에게 자녀 전출동의를 받아달라고 청탁하며 압박이 이뤄졌다. 옥천군선관위 과장이 ‘선거협조’를 명목으로 직접 군수를 찾아가 압박을 가했다.

당시 군수에게 전출동의를 받은 인원은 전출 희망자 6명 중 A 씨 자녀가 유일했다.

또 다른 감사원 관계자는 "지자체에 선거 협조로 방문하는 사례는 있지만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방문하는 것은 권한 범위 밖"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선관위에서는 2021년 6월 경북선관위 상임위원 B 씨의 자녀채용 청탁을 받아 서류전형 이전에 이미 합격자로 내정하기도 했다.

해당 자녀(9급 공무원)가 면접시험 당일 뒤늦게 전출동의서를 냈지만 인사담당자는 면접위원에게 자녀를 우대해 달라고 이례적으로 요청해 결국 최종 합격시켰다.

전출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채용전형을 사후에 변경해 특혜를 주는 방식도 있었다.

경남선관위는 2021년 7월 경채에서 경남선관위 과장 C 씨의 청탁으로 C 씨 자녀(8급 공무원)를 미리 합격자로 내정하고 면접점수를 조작했다.

이후 C 씨 자녀가 기존 근무지에서 전출동의를 못 받자 경남선관위 인사담당자는 경채 도중에 전형방식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C 씨에게 자녀가 근무할 격오지 근무지를 직접 고르게 한 후 전출동의 없이 임용했다.

경기선관위에서는 소속 직원의 예비사위까지 챙긴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선관위는 2021년 경채를 실시할 당시 선관위 소속 직원 D 씨의 예비사위(8급 공무원)가 응시하자, 전출 동의가 여의찮은 상황에서도 채용 전형을 임의로 변경해 특혜채용했다.

격오지에 근무하면 전출동의 없이 채용해 주겠다는 조건이었는데 다른 면접시험 합격자 2명에게는 동일한 안내 없이 전출 부동의를 이유로 탈락 처리했다.

kingko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