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토착 카르텔형 부패' 여전…경기·강원 도의회, 종합청렴도 꼴찌
국민권익위, 92개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결과 발표
지자체 공직자·산하기관 임직원 15.51% 부패·갑질 경험
-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지난해 지방의회 청렴도가 68.5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도의회, 강원특별자치도의회 등 8개 지방의회는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5등급으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4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92개 지방의회(광역의회 17개, 기초 시 의회 75개)의 종합청렴도 평가에 따르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번 종합청렴도 평가는 △지역주민 2만명, 직무관련 공직자 7000명, 단체‧전문가 7000명 등 총 3만4000명의 설문조사 결과(청렴체감도) △각급 의회에서 1년간 추진한 부패방지 노력 평가 결과(청렴노력도) △기관의 부패사건 발생 현황을 합산해 지방의회 청렴수준을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2023년도 광역‧기초시의회의 종합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68.5점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80.5점)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역주민, 공직자 등 업무관련자가 직접 평가하는 청렴체감도는 66.5점에 그쳤다.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청렴체감도 평균인 80점에 비해 낮았다.
기관별로 보면 가장 낮은 5등급을 받은 의회는 총 8곳이었다. 광역의회의 경우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경기도의회, 기초시의회는 태백시의회, 성남시의회, 수원시의회, 이천시의회, 안동시의회, 포항시의회였다. 1등급은 경상북도의회, 강원 동해시의회, 경기 동두천시의회, 전남 광양시의회 등 4곳이었다.
청렴체감도 영역에서는 경상남도의회, 경상북도의회, 강원 동해시의회, 경기 동두천시의회, 전남 광양시의회로 5개 기관이 1등급을 받았다. 강원 태백시의회, 경기 고양시의회, 경기 안성시의회, 경북 김천시의회, 경북 영천시의회, 경북 포항시의회, 전북 군산시의회로 7개는 5등급을 받았다.
청렴노력도 영역에서는 6개 기관이 1등급을 받았다.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전라남도의회, 충청남도의회, 경기 구리시의회, 경기 부천시의회, 경기 양주시의회 등이다. 5등급 기관은 강원특별자치도의회, 경기도의회 등 9개 기관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청렴체감도 평가 결과 의정활동 과정에서 알선·청탁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정도에 대해 측정하는 '의정활동' 영역(65.6점)과 예산 집행 및 조직‧인사 운영 적절성 등을 측정하는 '의회운영' 영역(68.3점) 모두 60점대에 그쳤다.
특히 '의정활동'에 대한 부패인식이 가장 낮은 항목은 '이해관계 직무 회피 의무 준수'(64.2점)로 나타났다. 지방의원 의정활동 과정 중 이해충돌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직무회피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공직자‧산하기관 임직원‧의회 사무처 공직자 등이 직접 경험한 부패경험률은 15.51%에 달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부패경험률(외부민원인 0.42%, 내부공직자 1.99%)에 비해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부당한 업무처리 요구 등 갑질경험(16.33%)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계약업체 선정 시 부당한 관여(9.96%) △특혜를 위한 부당한 개입(8.36%) △사적이익을 위한 정보 요청(5.05%) 등 지방의회 운영 과정에서 이해충돌방지법 및 행동강령 위반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특히 '인사 관련 금품 등 요구·수수·약속' 경험자의 1인당 평균 빈도는 연간 약 2.1회, 평균 규모는 71만2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92개 지방의회의 청렴노력도 평균 점수는 77.2점으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청렴노력도 평균(82.2점)에 비해 낮은 점수로 나타났다. 지표별로는 부패방지 관련 제도개선 권고의 이행 실적이 저조했다. 징계처분을 받은 지방의원에 대한 의정비 감액 규정을 마련한 곳은 92개 지방의회 중 31개(33.7%)에 불과했고, 구속된 지방의원에 대한 의정비 지급을 제한하는 조항을 마련한 곳도 92개 지방의회 중 41개(44.6%)에 그쳤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2년차임에도 아직까지 전담 인력을 지정하지 않거나 제도 운영 지침을 제정하지 않은 곳이 10여곳에 달했다. 청렴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고위직의 청렴교육 이수율은 76.8%, 청렴교육 이수 현황 공개율은 77.2%에 그쳤다. 행정기관과 공직유관단체에서의 달성 실적이 96% 이상이란 점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국민권익위는 올해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지방의회의 청렴수준이 특히 낮게 평가된 점에 주목해 '지방의회 반부패 특별 대책'을 마련하고 즉시 시행할 계획이다.
올해 1분기에는 지방 토착 카르텔을 뿌리 뽑기 위해 행동강령‧이해충돌방지법‧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및 제도 운영 실태에 대한 전방위적 점검을 강도 높게 실시할 예정이다. 86개 시‧군을 대상으로 하는 자치법규 전수평가도 이른 시일 내에 완료하고, 앞서 권고한 사항에 대한 이행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지방의원의 청렴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도 대폭 강화한다. 지방의회, 2023년도 청렴교육 이수 부진기관 등을 대상으로 직접 교육을 실시하고, 지방의회 맞춤형 반부패법령‧제도 운영 컨설팅 등 다각적인 지원 정책도 1년간 지속적으로 시행한다. 2023년 평가에서 취약 분야로 나타난 243개 지방의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종합청렴도 평가도 실시한다.
정승윤 국민권익위 위원장 직무대리는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2년차임에도 이해관계 회피 의무에 대한 지방의회 의원들의 인식이 낮은 점과 특혜요구 등 부적절한 행태가 청렴도 향상에 심각한 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국민 생활의 밀접한 지점에서 발생하는 지방 토착 카르텔형 부패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때까지 정부는 모든 반부패 역량을 총동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ir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