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 부풀리고 휴직자까지 넣어…150억 성과급 잔치

감사원, 출연·출자기관 실태감사…퇴직자 단체에 일감 몰아주기
노조에 카페 공간 무상 임대…문자메시지 조작해 코로나 병가

감사원 전경 2014.9.2/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정부 출연기관들이 퇴직자 단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고가 계약을 체결하거나 노동조합에 무상 임대, 가족 시험위원 위촉 등 '제 식구 챙기기식' 행태로 출연금이 낭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공공기관들의 무단결근, 허위 병가·출장, 사무용품 빼돌리기 등 각양각색의 기강해이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의 '출연·출자기관 경영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20일 공개했다.

◇퇴직자 단체에 일감 몰아주기노조에 카페 공간 무상 임대

20일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환경공단은 노사합의문을 근거로 2012년,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퇴직자들이 설립한 단체와 '폐비닐처리시설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노사합의문은 구조조정된 퇴직자들이 설립할 법인에서의 고용 보장과 보수 수준 유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460억원 규모의 2차 계약의 경우 노사합의문 기한인 2016년 12월이 지나 이행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환경공단이 퇴직자의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보수 수준을 계약 예규보다 1.9배 높게 책정해 노무비 71억원을 과다 지급했다는 게 감사원의 결론이다.

또한 산업인력공단은 2018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직원 배우자 328명을 국가기술자격 시험위원으로 우선 위촉하거나 미성년 자녀 10명을 시험위원 상용직처럼 활용하는 등 직원 가족 총 373명을 시험위원으로 위촉해 약 40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사 A부장의 배우자는 총 422회 위촉돼 수당 1억107만원을 받고, 2008년생으로 당시 만 14살이던 인천지역본부 B과장의 아들 등 미성년 직원 자녀 10명이 지급된 수당은 780만원에 달한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의 경우 소관기관들이 예산을 과소 편성해 예·결산 차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경영 성과를 부풀려 직전 3개년 동안 156억원의 능률성과급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사연 소관 8개 기관은 실 근무기간과 무관하게 휴직자 등도 포함해 능률성과급을 과다 편성·집행하거나 경사연 산하 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1년 비정규직 직원의 실 근무기간이 반영된 9425만원보다 5772만원이 더 많은 1억5197만원을 산정한 뒤 실제로 비정규직 직원에는 2017만원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보증기금에선 자산담보부증권의 일종인 P-CBO 업무수탁 기관으로 사우회가 100% 출자하고 퇴직자가 대표이사인 업체를 임의로 선정, 해당 업체에 1~2급 퇴직자 명단을 제공하고 이 중 71명이 관리자로 채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해당 업체에 2013년부터 10년 동안 P-CBO 업무수탁계약을 통해 237억원의 매출을 보장하는 등 일감을 몰아주고 이윤은 전액 신보 직원들에게 배당하고 있다"며 "퇴직자의 재취업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했다.

해당 업체가 발간한 월간지 구독을 보증신청 기업에 권유해 201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월간지 3만2000건을 불필요하게 사들이게 했다. 월간지를 판매한 직원 등은 수수료 명목으로 상품권 1억6000만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노조에 경상경비를 임의 지원하거나 카페·매점 공간을 무상으로 임대하는 등 간접 지원한 사례도 발견됐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출연금 중 경상경비로 편성된 예산을 이사회 의결도 없이 임의 전용해 2019년부터 총 6억9000만원을 부당지원했는데, 해당 지원금은 노조원 가족의 건강검진비, 상품권 지급 등의 복리후생비로 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원자력연구원과 해양수산개발원, 철도기술원연구원은은 청사 1층 카페·매점 공간을 노조나 상조회에 무상임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노조와 상조회가 다시 3자에 임대하면서 각 1억6000만원과 3000만원, 1200만원의 연간 임대료가 기관이 아닌 노조 수입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무단 결근, 허위 병가·출장, 사무용품 빼돌리기…공직기강 해이

출연기관들의 공직 기강해이 사례도 대거 확인됐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9명은 무단결근 후 골프장 출입했으며 도로교통공단 임금피크제 1년차 직원 24명 중 13명은 6개월간 거의 출근하지 않거나 주 1회 출근하는 등 장기간 무단결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3개 기관에서 3명이 문자메시지 조작 등으로 코로나19 허위 병가를 내고, 한국환경공단 등 18개 기관에서 총 24명의 음주운전 사실을 인지 못해 징계 등의 조치 없이 심지어 승진까지 된 사례 등도 확인됐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 등 12개 지방이전 기관은 '혁신도시법'을 위반해 수도권에 미승인 조직을 임의 운영하거나 기관장이 불필요하게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직원이 서울로 출장을 오고 수도권에 관용차·비서를 추가 배치하는 등의 행정 비효율 사례가 발생했다.

감사원이 한국장학재단 등 6개 기관의 기관장 복무 실태를 점검한 결과 근무일수(1926일) 대비 수도권 출장일(743일)은 평균 39%이고, 전체 관외 출장(934일) 중 172일(18%)은 명확한 출장사유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전번역원 등 19개 기관에서 총 129명(팀장급 이상)이 미승인 겸직 또는 외부강의를 통해 30억원을 수취하고 과학창의재단에선 겸직허가 없이 2015~2020년까지 과학 관련 TV 채널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8974만원의 가외 소득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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