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맞은 黃대행체제…국정안정 자신감 vs 협치 물음표

보수 대권주자로 성큼…'朴정부 연장' 시각은 부담
황교안식 '실무형' 국정 가속도…의전 논란은 숙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총리실 제공)

(서울=뉴스1) 이정우 기자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체제가 오는 9일로 한 달을 맞는다.

8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황 권한대행체제는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공백을 빠른 속도로 메우며 국정 안정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결과 최근 여론조사에선 보수진영의 유력 대권주자로도 부각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연장선상이란 비판 속에 야권 및 정치권과의 협치에 여전히 물음표가 따른다는 회의적 목소리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9일 탄핵안이 통과돼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자 곧바로 국방부와 외교부,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전군 대비태세 및 민생치안 확립을 지시했다. 이어 임시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빠르게 정국 관리에 나섰다.

그는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가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소명을 다하겠다"며 '국가 안보'를 1순위로 강조했다. 이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기도 했다.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트럼프 행정부 인사와 안보 논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황 권한대행의 안보 의지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정유년 새해 첫날인 지난 1일엔 국립현충원 국립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매년 대통령이 수행하던 현충원 참배를 국정지도자 자격으로 진행하며, 본격적인 '황교안 체제' 가동을 알렸다.

특히 지난 4일부터 진행되는 '2017년 정부 업무보고'는 종래에 비해 기간이 단축되고, PPT를 통한 이벤트식이 아닌 문서로 보고를 받는 등 '실용성'을 강조하는 황교안식 국정운영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다.

또한 탄핵심판에 본격적으로 접어듦에 따라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박근혜 정부와 선을 긋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기조였던 '창조경제' '문화융성' 정책이 올해 업무보고에서 사라진 것이 대표적 예다. 황 권한대행은 대신 '국민통합'과 '희망의 대한민국'을 신년사부터 연일 강조하고 있다.

황 권한대행 측은 "황 권한대행이 평소에도 3포·5포 세대를 언급하며, 정부가 청년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황 권한대행은 또 인사권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통령 코스프레'라는 일각의 비난을 정면돌파하는 모습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유임하며 기존 경제팀에 힘을 싣는 한편, 이영호 전 농촌진흥청장을 한국마사회장으로, 김도진 전 기업은행 부행장을 은행장으로 임명하는 등 공공기관장 인사도 단행했다.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는 야권의 비판엔 "필요하면 최소한도의 인사는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30일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에 송수근 문체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상황은 어느 정도 벗어났다는 판단을 기초로, 황 권한대행의 동분서주 국정 챙기기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뉴스1에게 "권한대행체제가 과도기는 이제 넘긴 것 같다"며 "국정 정상화를 위해 느슨한 기강을 바로잡고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권한대행의 의지가 강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등 요직을 거쳤다는 점에서 탄핵심판이 진행될수록 권한대행체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더구나 황 권한대행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와 한일 위안부 협의 등 첨예한 외교안보 현안에 대해선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가간 이뤄지는 외교안보 정책의 특성상 재검토가 어렵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안팎의 비난 여론은 상당하다.

인사권 행사도 탄핵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거친 인사만을 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일례로 첫 차관 인사였던 송수근 문체부 1차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으며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정치권과의 소통 문제도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이래로 지금까지 정세균 국회의장, 새누리당 정우택 신임 원내지도부,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남을 이어갔지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는 제대로 된 접촉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방문마다 불거지는 '과잉 의전' 문제도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해결해야 할 숙제다. 총리실 관계자는 "권한대행에 대한 경호는 대통령 경호에 준해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재로선 안전까지 포기할 정도로 최소한도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rus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