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글 고통 김홍신 "항의하자 '이 정도 글, 당신 아니면 못써'…절묘한 짜깁기"

김홍신 작가가 2017년 8월 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람으로 그린 그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News1 DB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100만 부 이상 팔린 초 베스트셀러인 '인간 시장'을 쓴 소설가 김홍신 씨(78)는 자신의 이름을 사칭,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비난한 글이 나돌아 작가적 양심조차 의심받는 등 "보통 통곡할 일이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김 작가는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 힘이여, 지금을 절망하지 말라"는 표현으로 시작되는 '김홍신의 외침'이라는 가짜 글에 대해 "지난해 12월 9일 밤 법륜 스님과 필리핀 민다나오로 봉사활동을 갔는데 10일 밤부터 한국에서 '당신이 진짜 썼냐'는 연락이 오더라. 13일 하산, (전화 통화가 잘 되자) 비로소 어마어마하게 글이 돌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저는 이미 윤석열 퇴진과 구속까지 주장한 사람인데 이런 글을 배포할 까닭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뒤 "저는 저를 소개할 때 '소설가 김홍신'이라고 하지 '작가 김홍신' 이렇게는 절대 안 한다. 이것만 봐도 가짜 글을 쓴 사람은 뭔가 착각하고 작정하고 이런 못된 짓을 한 것 같다"고 불편해했다.

그동안 "3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성녀, 아름다운 여성으로 칭송하는 허위 글, 2년 전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표, 임종석 실장, 탁현민 비서를 지독하게 비판하는 허위 글로 고통받았다"며 "그 두 번은 정말 참았지만 이번은 정말 못 참겠더라"고 밝혔다.

왜냐하면 "다음에 또 제 이름을 도용해서 이런 짓을 또 할 것 같아 이번에 버르장머리를 고쳐야 되겠다 싶어 고수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사칭 글에 대해선 "여기저기서 괜찮은 글 3개를 모아서 제 이름으로 퍼뜨린 것 같다. 짜깁기 능력이 아주 대단하더라"며 "극우에서 제일 유명한 유튜버는 제가 항의하니까 '이 정도 글은 김홍신 아니면 못 쓴다'고 우기더라"고 어이없어했다.

이어 "이 글 3개를 쭉 비교 해봤더니 제가 봐도 글은 비교적 잘 썼더라"며 쓴웃음 지었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인터넷에 나돌고 있는 김홍신 작가를 사칭한 글 첫부분. (SNS 갈무리) ⓒ 뉴스1

"아직도 만년필로 글을 쓰고, 인터넷에 올리는 건 잘 못한다"는 김 작가는 "돌아가신 이어령 선생이 어느 날 저를 불러 '나이 먹을수록 작가적 양심을 지키려면 정치적 발언보다는 소설 등을 통해 김홍신다운 글을 쓰는 게 좋겠다'고 해 (2022년부터) 지방 5개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끊고 글쓰기로 작정했다"며 2022년부턴 아예 정치적 색채가 담긴 글을 쓰지 않고 있다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이번 가짜 글로 인해 많은 이들이) 김홍신의 작가적 양심을 의심하고 있다. 평생 작가로 살면서 지켰던 소신과 강직성 때문에 그동안 제가 당했던 고통이 있었다"며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무산되는 것 같아 보통 통곡할 일이 아니다"고 외쳤다.

buckba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