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원로들 "5년 단임제, 제왕·식물 대통령만 나와, 개헌해야"(종합)
"개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선 개헌 후 정치 일정' 원칙 주장
"개헌 위한 80% 여론 만들기 위해 노력…'87체제' 바꾸겠다"
- 김지현 기자
(서울=뉴스1) 김지현 기자 = 국회의장과 정당 대표를 지낸 정치 원로들은 31일 '계엄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정치가 위기에 빠졌다"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선(先) 개헌 후(後) 정치 일정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의 주최로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전직 국회의장, 총리, 당대표 초청 간담회에서는 대한민국 정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의 필요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번 간담회에는 정세균, 문희상, 박병석, 김진표 전 국회의장, 이낙연 전 총리, 서청원, 황우여, 손학규, 전병헌 전 정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치 원로들은 우선 현재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관련해 "현재의 대통령제는 권력 구조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극단적인 정치 대립과 국민 신뢰 하락을 초래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권력 구조의 개편이 절실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5년 단임 대통령제가 정책의 연속성을 저해한다"며 "장기적 국가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장은 이에 "최소한 4년 중임제로의 전환을 통해 정치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전 국회의장도 "개헌을 하지 않고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며 "우리나라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 혹은 제왕적 대통령 둘 중 하나다. 둘 다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도 아니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대통령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현 체제는 더 이상 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며 "헌법 개정이 정치, 경제, 사회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고 말했다.
정치 원로들은 개헌의 시기에 대해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개헌이 먼저 이뤄진 뒤 대선을 치르는 게 좋다" 등의 의견을 냈다.
특히 전병헌 전 의원은 '선 개헌 후 대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새로운 권력 구조를 통해 안정적인 국가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며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는 대선은 또 다른 정치적 혼란을 가져올 뿐"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헌정사에서 개헌은 4개월 만에 완료된 사례도 있다"며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고려하면 이번에도 충분히 가능한 일정”이라며 신속하고 강력한 개헌 추진을 촉구했다.
황우여 전 의원과 정운찬 전 총리는 독일식 내각제를 모델로 한 권력 분산 방안을 제안했다. 황 전 의원은 "내각제는 국민적 요구와 정치적 위기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현재의 대통령제를 대체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내각제를 제시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개헌은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며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국회의장은 "개헌을 위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며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하고 국민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대철 회장은 간담회가 종료된 뒤 기자들과 만나 "개헌의 필연성이 강조됐고 선개헌 후 정치일정이라는 것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정치의 상실과 실종에 대한 해결 문제는 조금 더 연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전 의원도 "(개헌을 위해서는) 80% 이상의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가 원로로서 87체제를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후 이 모임을 확대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앞으로 2주 단위로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우선 오는 1월14일 오찬 모임을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치 원로들은 모임을 정례화하기로 하고, 해당 모임을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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