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막은 우원식, 3시간 기다렸지만…"국회 대표해 국민께 죄송"

尹 탄핵안 투표, 국힘 의원들 불참에 결국 무산
3차 김건희 특검법 재의건도 국힘 반대로 부결

우원식 국회의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 부결을 알리기 전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박기현 기자 = "...."

우원식 국회의장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상정된 김건희 특검법 재의 건에 대한 표결 결과를 발표하기 전 3초간 침묵했다. 의장으로서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지만 표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표정은 숨기지 못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 건은 총투표수 300표 중 가 198표 부 102표로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우 의장은 의사봉을 들고 그 어느 때보다도 천천히 3번 내려쳤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의 건 표결을 마친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 모습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앉아 있던 곳에서는 야유와 절규가 터져 나왔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우 의장을 향해 "내란 공범들 한명 한명 들어오라고 해라"고 소리쳤다.

민주당 의원들의 외침에도 본회의에 앞서 윤석열 탄핵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장으로 향했다. 본회의장에 남은 국민의힘 의원은 단 한명,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17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던 중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당 의원들이 모두 일어나 국민의힘 의원들 이름을 한명씩 호명하며 돌아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석에 홀로 앉아있는 사람은 안철수 의원. 2024.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결국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상황에서 윤 대통령 탄핵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시작했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시여 이 자리에 빨리 돌아오셔서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고 민주주의와 민생경제와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해결하는 데 참여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며 지난 3일 계엄령 사태 때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던 의원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호명했다.

이때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안철수 의원의 이름도 호명했고, 민주당 의원들이 "있습니다"고 말하자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와 민주당의 원망과 절규, 간곡한 요청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총장에 돌아오지 않았고, 그대로 탄핵안 표결은 시작됐다.

야당 의석수 192석에 안철수 의원까지 포함해 본회의장에 있는 의원은 193명. 투표가 성립되는 의결정족수(200인)까지 남은 인원은 7명이었다.

절망 속에 오후 6시20분쯤 표결은 시작됐지만, 시작 직후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들어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한정애 의원은 "김예지 의원님 고마워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그러나 정족수가 채워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40분 후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도 본회의장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환호에 가득 찼던 민주당은 시간이 흐를수록 추가로 의원들이 입장하지 않자 분노와 절망에 사로잡혔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전화를 독려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시간만 초조히 흘러갔다.

민주당 의원들은 "탄핵안 표결 마감시한인 12시 30분까지 기다리자"며 의지를 다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위기는 점점 더 처져갔다. 시간이 길어지자, 축구를 보거나 독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우 의장은 "부결하더라도 투표를 진행해달라"며 4번이나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참여를 독려했지만 이에 응답하는 의원은 없었다.

우 의장은 결국 오후 8시 50분쯤 투표가 시작된 지 2시간 30분이 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105분이 투표를 안 했다"며 "9시 20분까지 기다리겠다"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 195명으로 미달, 투표 불성립으로 인해 폐기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고개숙이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럼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투표장에 들어서지 않았고, 결국 투표는 무산됐다.

우 의장은 "총 195매로서 투표한 의원 수가 의결정족수인 재적의원 3분의 2에 미치지 못했다. 이 안건 투표는..."이라며 또다시 3초간 침묵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안은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며 "민주주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절차도 몹시 중요하다. 이 사안에 대한 투표 불성립은 국가의 중 대사를 놓고 가부를 판단하는 민주적 절차조차 판단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