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뭣이 중헌디'…여야 정쟁 예고에 민생은 또 뒷전으로 [기자의눈]
- 원태성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국회가 또다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그러면서 '민생'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 달 전 여야 당대표가 직접 만나 민생공통공약 추진 협의회 설립에 공감대를 형성할 때만 해도 '혹시'라는 기대가 있었다.
여야 당대표가 11년 만에 공식 회담을 개최해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민생법안부터 신속히 처리하자고 약속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가 민생을 먼저 챙길 것이라는 기대는 '역시'라는 한탄과 함께 한 달여 만에 산산이 무너졌다.
여야는 26일 당대표가 회담에서 약속한 이후 처음으로 '모성보호3법', '딥페이크 성범죄 방지법' 등 이견이 없는 민생법안 70여 건을 처리하기 위해 본회의를 열었지만 갈등이 폭발하며 후속 민생 법안 논의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날 갈등은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이 야당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약속을 왜 어기냐", "야바위꾼", "양아치"라며 항의했고, 급기야 본회의장을 이탈했다.
본회의장은 이후에도 살얼음판의 연속이었다. 민생법안 처리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에 국회로 되돌아온 방송4법·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노란봉투법 등 6개 법안이 모두 부결되자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이탈하며 또다시 정회됐다.
결국 이날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70여건의 민생법안이 통과는 됐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아수라장이 된 본회의장뿐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민주당이 이르면 오는 30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쌍특검(해병대원·김건희)·지역화폐법'의 재표결을 예고하며 여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야 갈등으로 민생은 또다시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향후 국회 스케줄을 고려할 때 10월 4일 김건희 특검법 등 재표결에 이어 7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하면 민생 법안 후속 논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는 한 달 전 기자가 처음 출입했을 때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전히 여야는 의료대란, 고물가 등으로 고통받는 국민보다 김건희·해병대원 특검법 등 쟁점 법안이 더 중요해 보인다.
정치인들은 매번 국민의 삶이 최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쟁 속에 있다 보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정치인들이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이 말을 항상 명심해야 할 듯 싶다.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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