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들" "나가라"…민생법안 처리 본회의 줄파행(종합2보)

(서울=뉴스1) 원태성 박소은 임윤지 기자 = 여야가 26일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었지만 여당추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이 부결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방송4법·25만원 민생지원법 재투표가 부결되면서 파행을 반복하고 있다.

여야가 처음 서로를 향해 고성을 주고받은 이유는 한석훈 국가인궈윈회 위원(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출안을 민주당이 부결하면서다.

한석훈 위원 선출안은 재석의원 298명 중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가 나와 부결됐다.

표결 후 우원식 국회의장은 의사 진행을 이어가려 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성을 지르는 등 본회의장 분위기가 삽시간에 얼어붙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정회, 정회, 정회"라며 항의 구호를 외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장석으로 나와 "기본적으로 인사에 관해서는 각자 추천한 사람들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항의했다.

이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그럼 국민의힘 뜻대로 의결이 안 되면 무조건 보이콧을 해야 한다는 거냐"며 반박했다.

자리에 앉아있던 국민의힘 의원 중 한 명은 "이게 협의냐, 야바위꾼이지. 정치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 양아치들이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 좌석 쪽에서도 "마음에 안들면 나가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는 등 긴장감이 고조됐다.

여야 의견이 좁하지지 않자 우원식 의장은 결국 "국회가 교섭단체 간에 교섭해야 하는 데 교섭단체가 교섭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 국회의장이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각별한 상황이니 15분만 정회 하겠다"고 선언했다.

30여분이 지난 후 본회의가 속개 됐지만 갈등은 계속됐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얼마 전 경찰청에서 우리나라 사기 범죄가 점점 더 창궐해서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하는데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내가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이 70년간 쌓아온 것이 있는데 그것이 대화와 타협의 정신"이라며 "박성준 의원과 이틀에 걸쳐 인권위 위원 선출에 합의했는데 이러면 교섭단체는 도대체 왜 필요한거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에 심심한 유감을 표하면서 다시는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배 의원이 말하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들아가세요", "사과하세요"라고 외쳤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용히 하라"고 소리쳤다.

이어 발언자로 나선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에 누가 사기를 당했냐"며 "국민이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 온 국민이 지금 분노하고 있고 이런 정권은 처음 본다"고 했다.

이어 "서미화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석훈 후보자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윤석열 정권의 인사가 얼마나 문제인지 알고 있지 않냐"며 "윤석열 정권의 인사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견제할 수 있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곳은 입법부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발언하는 동안 민주당 쪽에서는 "윤석열 사기꾼"이, 국민의힘 쪽에서는 "사기꾼"의 구호가 계속 나왔다.

잠시 숨 고르기를 하던 여야는 노란봉투법·방송4법·25만원 민생지원법 재투표가 부결돼 폐기되면서 또다시 대치했다.

투표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친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뭐라고 박수를 치냐"냐며 모두 본회의장을 나갔다. 본회의장을 나간 민주당 의원들은 부결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이에 우원식 의장은 "지금 의결 정족수가 안 되기 때문에 잠시 대기하겠다"며 이번에도 정회를 선언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정하게 하라"며 따졌지만, 우 의장은 "역지사지를 해보라"며 강하게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도 모두 본회의장을 나가 민주당 규탄대회를 진행했다.

10분가량 지난 후 여야 의원들은 다시 본회의장으로 복귀했지만 여전히 갈등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우 의장은 민생법안 처리를 앞두고 법안 제안설명 및 심사 보고를 하기 위해 단상에 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인사를 안하자 "장난하냐"며 "그렇게 하면 어떡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 국민들이 다 보는 상황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서로 예의를 잘 갖추면서 하는 게 꼭 필요하다"며 "이렇게 갈등이 커지고 국회의장의 진행에 대해서 이렇게 마구잡이로 항의하고 하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강조한 후 민생법안 투표를 이어갔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