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장관들이 규합한 '팔팔구락부'가 백범 암살계획 수립"

장흥 헌병사령관 자서전…"서북청년회 안두희 매수해 암살"

(광복회 제공)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한 암살계획이 당시 신성모 국방부 장관 등 친일파 장관들이 규합한 '팔팔구락부'란 모임이 수립했다는 당시 암살 사건 조사자 장흥 헌병사령관의 기록이 나왔다.

10일 광복회에 따르면 장 사령관의 장남 장석위씨는 장 사령관의 자필 회고록 '전격 교체된 초대헌병사령관 장흥 자서전: 백범 김구 암살의 전말'을 오는 14일 출간한다.

백범은 1949년 6월 26일 서울 경교장 자택 서재에서 안두희의 총에 의해 암살 당했다.

장 사령관은 자서전에서 "백범 암살은 이승만 정부 하에서 백범 등 민족통일론자들을 제거하기 위한 친일파들의 은밀히 진행된 6월 공세 음모 속에서 이뤄진 사건의 하나"라면서 "안두희는 실행자에 불과하고 그 뒤에 흉악한 친일파 무리들의 계획적인 음모하에 저질러진 것"이라고 밝혔다.

자서전에 따르면 신 장관이 친일파 장관들을 규합해 팔팔구락부란 모임을 만들어 백범암살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한민당 간부와 당시 서북청년회 단체를 중간실행자로 활용, 서북청년회의 안두희를 매수해 암살을 했다고 자서전에 기록됐다.

이 과정에서 신 장관은 친일파 음모가 탄로날 것을 우려해 독립유공자이며 조사책임자 위치에 있던 장 사령관을 전격 경질하고, 일제 고등경찰 출신인 친일파 전봉덕 헌병부사령관을 사령관으로 임명해 사건의 음모와 진상을 가렸다고도 적혀있다.

장 사령관은 백범 암살 뒤 신 장관은 국무총리로, 전 사령관은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영전했다고 전했다.

당시 국방부 정보국장인 백선엽씨는 백범 암살을 '한독당의 자가지란'으로 조작한 공로로 별을 달고 사단장직으로, 안두희가 소속된 서북청년회 회장인 문봉재는 경무대 치안국장에서 교통부 장관으로 영전했다고도 했다.

장씨는 "아버님께서 직접 쓰시고 이사 다닐 때마다 보물처럼 갖고 다니던 원고가 광복80주년이 시작되는 해에 세상의 빛을 보게 돼 기쁘다"라면서 "그동안 파편적으로 조금씩 드러난 백범 김구 선생님의 암살 배후와 전모가 조사자 위치에 있던 아버님에 의해 직접 드러나고 확인된 것이 자서전 출간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