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파장에 숨죽인 軍…시무식 없이 '신뢰 되찾자' 내부 메시지만

외교안보 부처들 중 유일하게 자체 시무식 없이 새해 업무 시작
지휘부 공백 장기화시 북한 오판 가능성…'원포인트 인사' 제언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 2024.12.2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군 당국이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계엄 사태의 파장을 감안한 듯, 국방부 직원들과 각 군 장병들에게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라고 독려했다.

2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이날 외교안보 부처들 중 유일하게 자체 시무식를 갖지 않는다. 대신 국방부의 김 차관과 실·국장들이 이날 오전 전체 정부 차원의 시무식에 참석했다. 또한, 각급 부대는 해당 지역의 현충원 또는 현충탑을 참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이처럼 비교적 조용하게 새해 업무를 시작하는 것을 놓고 군 안팎에선 계엄 사태의 여파에 따른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김 차관의 독려 메시지도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고, 국방부 및 직할부대와 각 군에 '희망한 을사년 새해를 맞아 모든 부대(서)와 장병들의 건승을 기원한다'란 제목으로 내부 공문 형태로만 전달됐다.

김 차관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후방 각지와 해외파병지에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 있는 여러분께 무한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라며 "각급 부대와 기관의 무궁한 발전과 건승을 기원한다"라고 덧붙였다.

김 차관이 제시한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은 이번 계엄 사태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4성 장군을 비롯한 여러 명의 전·현직 장성들이 연루돼 사법 처리를 받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현 전 장관이 구속돼 국방부 수장의 자리가 비어있고, 직무가 정지된 장성은 육군참모총장, 수도방위사령관, 특수전사령관, 국군방첩사령관과 진급 예정자 등을 포함해 모두 9명에 달한다. 계급장 별의 숫자만 19개다.

대북 군사대비태세 완비 등 군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대북 대비태세와 수도권 방어 등을 맡는 지휘부의 공백이 장기화돼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통과로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직무가 정지돼 국군통수권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넘어가 있고, 국방부 장관도 대행 체제라서 당장 국방부 장관을 새로 임명하거나 장군 인사를 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지휘부 공백이 장기화할 경우 혹시 모를 북한의 고강도 무력도발에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육군참모총장 등 일부 보직에 대한 원포인트 인사를 우선 단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차기 국방부 장관을 놓고는 국회 국방위원회를 경험한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