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11월 배포 정신교육 교재, 12·3 비상계엄 준비용 아냐"
"정신교육 자료는 연중 전파…북한 비판 내용이 대부분"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국방부는 지난달 말 각 군에 배포한 정신교육 교재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12·3 비상계엄 분위기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는 의혹에 대해 "어떤 다른 의도를 가졌다고 볼 필요는 없다"라고 밝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자료는 올 10월부터 제작이 돼서 11월 25일에 하달됐고, 12월까지 각급 부대에 가용한 여건 하에서 지휘관이 재량껏 교육하도록 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 정책실이 만들어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배포한 약 25쪽 분량의 '적에게 자비는 없다'란 제목의 정신교육 교재는 우리 군이 자비 없이 응징해야 할 적으로 김정은 독재정권과 북한군, 반국가세력을 꼽았다.
이 교재에는 "남한 내부에서 암약하는 종북 이적단체 등 반국가세력의 실체와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라는 내용도 담겼다. '반국가세력'이란 표현은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담화문과 계엄사령부 포고령 제1호에도 담겨, 교재가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전 대변인은 "정신교육 자료는 연중 지속 예하부대에 전파가 되고, 이 교재는 계엄 전에 교육하라는 것이 아니고 12월 이후에 각급 부대에서 교육하도록 돼 있다"라며 "북한군과 북한 정권 또는 3대 세습에 대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 대변인은 이어 "(반국가세력 표현은) 장병들에게 대적관 또는 국가관을 가르치는 교육 내용 중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계엄과) 연계할 의도를 갖고 만든 게 아니고, 강압적으로 지시가 내려간 것도 아니다"라며 "자료는 여러 전문기관 또는 전문가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반국가세력에 대한 표현은 국방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도 담겼다. 이 교재엔 "우리 내부엔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고, 북한 3대 세습 정권과 최악의 인권 유린 실태, 극심한 경제난 등에 대해선 침묵하며 북한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표현이 있다.
전 대변인은 정신교육 자료에 '적에게 자비는 없다. 응징만 있을 뿐이다', '우리는 최고존엄이 5000만 명인데, 북한은 1명이다' 등 김용현 전 장관의 발언이 다수 포함된 것에 대해선 "장관이 예하부대에서 말한 부분으로 군이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용어를 사용해서 장병 정신교육에 활용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게 어떤 누구의 어록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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