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北 도발' 계엄 없었는데…노상원의 무모한 '북풍' 기획
연평해전·천안함 피격사건보다 심각한 상황 기획했나
정보사 블랙요원이 테러 가담할 경우 한미동맹 파탄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비상계엄을 선언하기 위해 '북풍(北風)' 공작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한국전쟁(6·25전쟁)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의 도발'을 사유로 계엄을 선포한 적이 다 한 번도 없었음을 감안하면, 계엄을 위한 북풍이 실현됐을 경우 그 후폭풍이 심각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6일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고, 북측의 전쟁을 유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라는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의 수첩 메모의 의도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이 메모가 노 전 사령관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을 경우에도 문제가 되지만, 그가 이번 비상계엄을 주도적으로 설계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만큼 '북풍 계획'이 실제로 수립됐을 경우엔 '외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윤석열 대통령과 소수의 측근들만 사전에 알았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만큼, 대다수 군인들은 북풍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북한도 '남북 두 국가' 정책을 위한 전선지역 공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국의 비상계엄 전후엔 무력도발을 멈췄다.
계엄법상 전시, 사변과 같은 비상사태는 계엄 선포의 요건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의 도발 혹은 남북 군사 충돌로 계엄이 선포된 적은 6·25전쟁 이후 단 한 번도 없었다.
전쟁 이후 첫 계엄령 선포는 1960년 4·19혁명을 막기 위해 이뤄졌다. 이듬해 5월 5·16 군사정변에 따라 계엄이 선포됐고, 1964년에는 한일 수교 반대 시위인 6·3 항쟁을 억압하기 위한 계엄이 있었다.
1972년 10월에는 유신헌법 선포와 함께 전국에 계엄이 선포됐고, 1979년 10월부터 1981년 1월엔 부마 민주항쟁과 10·26 사건으로 계엄이 있었다. 이들 계엄 사례는 모두 시민 저항을 막거나 정권을 연장시키기 위한 것으로, 남북 대치 상황과는 무관했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을 선포할 정도의 '한반도 비상상황'이라면 1999년 제1연평해전, 2002년 제2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등보다 파급력이 커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노 전 사령관의 메모에 나온 'NLL에서의 북한의 공격 유도'가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 연평해전급 이상의 전투가 발생해야 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올해 재개된 서북도서 해상 실사격 훈련이 북한의 도발을 획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훈련은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에 따른 것으로, 북한도 '결정적인 도발'로 인식하진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올해가 서해 NLL이 가장 안정적으로 관리된 해라고도 평가하고 있다.
익명의 외교안보 소식통은 "NLL에서의 의도적인 도발과 북한 오물풍선 원점 타격 등 야권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북풍 구상이 실현됐다면 북한이 맞대응해 남북 무력충돌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우리와의 전투를 원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이후 사건의 진실이 규명됐을 경우 정부와 군은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한 북한 입장에선 남한과의 군사적 충돌이 적지 않은 부담일 수 있다.
특히, 국군정보사령부 블랙요원이 충북 청주 군공항에 폭탄을 투척하거나 성주 사드기지에서 테러를 하는 방식으로 북풍을 기획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방부는 12·3 비상계엄 때 투입된 정보사 블랙요원들이 4일 오전 소속 부대로 전원 복귀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청주 군공항은 F-35A 전투기가 배치된 핵심기지이고, 사드 기지는 미군이 운용하는 곳"이라며 "이곳을 테러해 계엄 상황을 조성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 군의 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이고, 미국과의 관계를 최악으로 만드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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