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서 '북풍' 낡은 그림 그린 노상원…어떤 도발 구상했나
한반도 화약고서 제3연평해전·제2연평도포격전 노렸나
전문가 "우리 장병 피해 동반했을 수도…무모한 기획"
- 박응진 기자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비상계엄 기획·공모의 핵심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육사 41기·예비역 소장·구속)의 수첩에 그가 손글씨로 쓴 이런 문구가 담긴 것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에 포착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육사 38기·예비역 중장·구속) 등이 비상계엄을 유발하거나 북한의 도발을 유도해 '계엄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했다는 의혹과 맞닿는 부분이다.
서해 NLL은 지난 1999년 제1연평해전과 2002년 제2연평해전이 벌어진 '한반도의 화약고'다.
우리 군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로 NLL 인근 해상이 완충구역(적대행위 금지구역)으로 설정됨에 따라 서북도서 해상사격훈련을 중단한 바 있지만, 올해 1월 북한 포사격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NLL 인근에서의 해상사격훈련을 재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NLL 인근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여나가는 가운데 우리 해군 함정의 NLL 침범 등을 통한 북한군의 공격을 유도, 2010년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을 유도하려고 한 게 노 전 사령관의 구상이었을 것이라고 익명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는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주장한 사건이 북한의 자작극이 아닌 우리 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이 무인기가 서해 백령도에서 날아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전 장관은 북한 오물풍선 부양 시 경고 사격 후 원점 타격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전쟁·사변·혁명·내란·반란·대규모의 재해 등은 질서 유지를 위한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이 되는 만큼, 남북 무력충돌 등 북풍(北風)을 이용해 이번 비상계엄이 기획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령관뿐만 아니라 첩보부대인 777사령관도 지냈기 때문에 충분히 이 같은 기획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직책 모두 북한 관련 최고급 첩보를 다루는 몇 안 되는 군내 지휘관으로서, 북한군 동향과 대남 무력 대응 시나리오를 노 전 사령관이 꿰뚫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군내에선 노 전 사령관의 이 같은 계엄 구상이 실현 불가능한 '북풍의 낡은 그림'이란 지적도 나온다.
군 소식통은 "북한이 우리 측에 어떤 피해를 입히면 어떻게 대응한다는 매뉴얼이 지상, 해상, 공중 등 상황에 맞춰 꽤 세세하게 마련돼 있다"라며 "또한, 북한의 특정 대상이나 지점을 타격하려면 여러 단계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 또한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 풍선 부양 원점 타격) 시행이 누구 한 명의 평가와 지시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합참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김명수 합참의장이 김 전 장관의 북한 풍선 부양 원점 타격 지시를 거부했단 취지의 보도가 나왔던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비상계엄 선포 나흘 전인 지난달 29일 32차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40여 개를 우리 지역으로 날려 보낸 뒤 한 달 가까이 대남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이달 들어선 도발 휴지기를 갖자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북한이 아니라 '종북반국가세력'에서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익명의 외교·안보 전문가는 "북풍을 이용한 계엄 선포는 우리 장병들의 피해를 동반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실제로 계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는 무모한 기획"이라고 강조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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