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비상계엄 앞두고 北인민군복 구매…'북풍' 연관됐나
부승찬 "계엄 상당 기간 준비한 정황일 수도"
軍 "연간 사업으로 추진…계엄 투입 요원용 아냐"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국군 정보사령부가 비상계엄을 앞두고 북파공작원(HID) 부대용으로 북한 인민군복을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북풍(北風' 공작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고 정보사와 인민군복 제작 업체 등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따르면 정보사는 지난 7월 24일 HID 부대용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진 '훈련영화피복 제조' 입찰 공고를 냈다.
긴급 공고된 해당 입찰의 사양서에는 '군관' 및 '하전사' 얼룩무늬 전투복 상하의와 전투모 참고자료가 담겼다. 북한 인민군 계급체계에서 군관은 원수부터 소위까지 장교를, 하전사는 일반병사를 지칭한다.
이 입찰 공고는 강원도 지역에 한정됐고, 지역에 인민군 피복을 제조하는 업체가 없어 무응찰로 끝났다. 무응찰이 되면 2차 입찰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지난 10월 7일 국군재정관리단이 '전술복 등 6종 제조' 형식으로 A사와 수의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기 3주 전 정보사에 인민군복 60벌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정보사 외에도 육군 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국군방첩사령부 등에 특수군복을 수의계약으로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7일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보사에서 인민군복을 입고 대항군 역할을 하는 훈련을 하는 용도일 가능성과 함께 북풍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부 의원은 당시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긴급 소요 요구라고 돼 있기 때문에 긴급하게 필요한 일이 생긴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라며 "(주요 정치인 등의 체포를 맡은) 요원들 용으로 제작된 것이라면 (계엄을) 상당 기간 준비한 정황으로 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도 비상계엄 이후 정보사의 움직임에서 북풍 공작 의도를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번 계엄 사태와 연계해 요인 암살 또는 사회 혼란을 야기하기 위해 정보사가 인민군복을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내놓고 있다. 한편에선 북한 군인들이 인민군복을 입고 남파되겠느냐라며 음모론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다만, 군 관계자는 "해당 부대의 훈련용영화피복 및 영화물자 구매는 연간 사업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며 "후반기 계약 시에는 연내 납품 완료를 위해 통상 긴급공고를 실시하며, 계엄 투입 요원용으로 제작됐다는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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