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정국, 일본엔 '호재'?…쏙 들어간 사도광산 논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행사도 차질 불가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이 한일관계의 해법을 찾지 못하던 일본엔 '호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17일 나온다. 최근 한일관계 악화 요인이던 '사도광산 논란'이 이번 사태로 인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등 '과거사 문제'가 한동안 불거지기 어려운 정치 상황 때문이다.
집권 직후부터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로선 당분간 혼란스러운 한국의 정국을 관망하며 내부 상황을 챙길 수 있게 됐다.
한일은 지난해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에 합의하며 한일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가 한일 정상이 양국을 오가는 '셔틀 외교'를 재개하는 등 최근 수년 사이 한일관계가 가장 좋았던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올해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문제가 불거지며 한일 간에도 불협화음이 났다.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측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추도식 개최 등 '후속 조치'를 빠르게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이 사도광산 현지 기념물에 조선인 강제징용과 관련한 내용을 제대로 명기하지 않고, 추도식 개최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한일 간 악재가 됐다. 정부는 일본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항의해 지난달 개최된 추도식에 막판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
일본은 이시바 총리의 낮은 지지율로 수세에 몰린 한일관계에 있어 유의미한 보폭을 내기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받은 '청구서'의 지불을 유예할 수 있는 '호기'를 맞은 셈이다.
당장 한일 간 논의하던 모든 현안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온다. 일본은 일단 내년 4월쯤으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까지 시간을 번 데다, 만일 새 정부가 출범할 상황이 된다면 더더욱 내부 정치에 집중할 시간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기념 사업엔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일 양국이 관계를 다질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손열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은 "지금 정치 일정을 봤을 때 새 정권이 출범을 한다고 해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행사를 제대로 치르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서 원래 정부가 구상하던 그림이 있었을 텐데, 기존 구상은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한일 간 마련했던 관계 개선 동력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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