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한미일 공조 애쓰지만…외교 결정권자 부재 해소 난망
'질서 있는 퇴진'으로 오히려 '외교안보 공백' 불가피
- 노민호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외교당국이 비상계엄 사태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요국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할 '최종 결정권자'의 부재로 정상적인 외교는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한미일은 전날인 9일 일본 도쿄에서 북핵 고위급 협의를 열고 북한의 핵·미사일, 북러 불법 군사협력 문제 등에 대해 3국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내 비상계엄 사태와는 별개로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이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부각하기 위해 이번 협의가 열린 것으로 보인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해제 이후 한미일 협력 관련 질문을 받고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도 전례 없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같은 수준의 새로운 대북 사안이 발생한다면 한미일 3각 협력 및 소통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부의 '결정'이 늦어지거나 선명하지 못한 결정이 나온다면 한미일 협력에 도움이 되지 못하거나 미국, 일본의 결정에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 안에 따라 윤 대통령이 외교 및 안보 관련 결정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지만, 이로 인해 현실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결정권자가 사라진 상황이 됐다. 대통령의 권한이 법적으로 정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지위를 갖고 이 권한을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주요국과의 안보협력 논의도 결국 현황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북한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재 한국의 '안보 공백'은 갑작스러운 도발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에서 배제된) 윤 대통령은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총리도 '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외적으로 외교 상대국이 이러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라고 지적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비상계엄이 해제된 다음 날인 지난 5일, '질서 있는 퇴진' 안이 제시된 8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만났다. 비상계엄 선포 전엔 미국과 소통하지 않았던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미국은 한국의 상황이 빠르게 '민주주의적 절차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 '표결'이 이뤄지거나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는 현재 정부·여당이 제시한 '정치적 선언'이 실효성이 낮아 정상적 외교를 이행하기 어렵다는 관점에서 나온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갑작스러운 안보 상황이 발생할 시 한국의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군 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있지만 실제 정치적으로는 공백 상태"라며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 있을 경우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누가 군을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한 헌법적 차원의 문제가 지금 해결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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