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계엄 없다'지만 '불신' 여전…계엄법 개정 목소리 높아질 듯
국무회의 심의 아닌 '의결' 의무화하거나
국회에 사전 통보 및 승인 후 계엄 선포 방안도 거론
- 정윤영 기자, 임여익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임여익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7일 국회 본회에서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됐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에 앞서 '2선 후퇴' 의사를 밝혔지만 '2차 계엄' 선포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계엄법 개정의 필요성이 목소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는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하위법인 계엄법에는 계엄 선포를 위해 국무회의 심의가 필요하고,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채택하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것이 의무화돼 있지만 계엄을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번 비상계엄 사태 때 확인된 것처럼 국무회의 심의가 사실상 '대통령의 통보 절차'에 가깝고, 계엄군이 명령을 '무조건' 따르는 상황에서 국회의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계엄의 발령이 '독재'로 가지 않으려면, 또 계엄이 유혈사태 없이 해제되기 위해선 대통령과 군대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헌법과 계엄법에 '무분별한 계엄 발령'을 통제 혹은 견제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헌법 제77조 4항에는 '계엄을 선포한 때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선포 후 통고가 아닌 '선포 전 통고'로 개정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라는 의견이 있다.
사실상 국회의 승인을 거치는 규정을 추가해 대통령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일정 수준의 사회적 컨센서스가 있어야 계엄 발령이 가능한 것으로 계엄의 개념 자체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실제 독일에서는 계엄을 선포하려면 연방참의원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또 국무회의에서도 심의가 아닌 '의결' 절차를 거쳐 반드시 과반 내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계엄 발령이 가능하도록 절차적 통제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익명의 학자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 있어 정치적 의도에 의해 마구잡이식으로 끼워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라면서 "'국가 비상사태'의 기준을 '무장소요'나 '무장반란' 등 무력이 수반된 경우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계엄령 사태가 윤 대통령의 위법으로 이뤄진 행위로, 법 자체를 개정하는 것보다는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작 진짜로 급변사태가 있는데도 계엄령 발동이 안 되는 상황이 초래됐을 때 문제는 더욱 크다"라면서 "국회가 무력화되면 통제 없는 비상계엄의 오남용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경우처럼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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