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감금' 벙커는 수방사 한미연합훈련 지휘소?…'은폐' 최적 장소

"과천 방첩사 벙커에 가둘 계획"
사무실 '수감시설'로 활용할 수도

윤석열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운동장에 착륙한 헬기에서 계엄군이 내리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3일 선포된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들을 '방첩사 과천 벙커'에 가두려고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감금 작전은 실현되진 않았으나 수도방위사령부의 지휘소 등 군사시설 혹은 군의 일반 사무실 등 시설을 이용하려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6일 한 방송에서 "의원들을 다 몰아놓으면 그것을 잡아다가 차에 실어서 방첩사 과천 벙커로 끌고 가려고 했던 계획(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역시 "계엄령 선포 당일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세력을 이유로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며 "그렇게 체포한 정치인을 과천 수감장에 수감하려 했다는 정황도 파악됐다"라고 밝혔다.

실제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3일 밤부터 국회 경내로 진입한 군인 중 일부가 '체포조'로 활동했던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들은 국회 본청 유리창을 깨고 건물 안으로 진입해 여야 당대표실이 있는 2층과 본회의장, 국회의장실이 있는 3층으로 이동했다.

4일 오전 1시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계엄군을 국회를 떠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은 실행되지 않았다. 국회 외의 장소에서도 구금된 정치인은 없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한 정청래 위원장은 "잡혀가면 기를 죽이려고 무작정 집단폭행을 당했을 것"이라고 정치인 체포 계획을 비판했다. 회의에 참석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00명 넘게 수용할 수 있다고 하는데 거기서 고문을 당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에 수사 준비를 위해 소수 인원에 대한 위치 확인 요청을 한 적은 있으나 위치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계엄이 종료됐다"라며 "수방사 수감시설은 계엄령 발령에 따른 매뉴얼에 따라 가용 시설인지 확인하는 수준의 조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경내로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국회 관계자들이 몸싸음을 벌이고 있다. .2024.12.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박 의원과 한 대표, 여 사령관의 발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정치인 수감 시설에 대한 계획을 세운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수방사 수감시설'과 '과천 벙커'라는 단어를 조합할 경우 유력하게 떠오르는 곳은 수방사의 B1 벙커다.

B1 벙커는 전면전 발발시 우리 군의 실질적인 전쟁 지휘부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한미연합훈련 지휘소로도 쓰인다. 이곳에는 전쟁을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의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를 바탕으로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에 기초한 전장의 모든 데이터가 집결돼 유사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합참의장의 '결심'을 돕는다.

전시 대통령 집무실이 마련돼 있는 이 벙커는 상당수의 군 지휘부가 몇 개월간 나오지 않고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서 전기차로 이동해야 할 만큼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특히 민간인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있는 데다 수방사의 삼엄한 경호가 있기 때문에 무언가를 은폐하기에도 최적의 장소로 평가된다.

다만 군사상 핵심 시설인 B1 벙커를 최대 수백명에 달하는 정치인들을 수감하는 데 쓸 이유가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감을 위한 시설이 특별히 마련돼 있지 않을 뿐 아니라 계엄이 성공했을 경우 보안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방첩사 벙커' 혹은 '과천 수감장'이라는 표현을 감안하면 정치인 수감 구금 장소가 방첩사 청사의 공간으로 계획됐을 가능성도 있다. 과천 방첩사 청사에는 공식적인 수감 시설은 없지만 사무실 등을 비워 공간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과천청사와 수방사와 연결된 곳엔 B5 벙커가 있다. 이곳은 유사시 정부 내각 요인들이 대피하기로 된 곳이며, 1000명이 들어가 몇 달간 생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한 소식통은 "이번 비상계엄 상황에서 지휘관들은 정치인 체포 명령을 내리지 않았고 장병들도 국민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라며 "체포가 실행됐더라도 폭행이나 고문 등을 실제로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