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변수에 한일관계…산적한 외교 과제에 부담 더한 계엄
정상외교도 작동할 지 의문…"軍 동원 韓 민주주의에 치명타"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계엄 사태가 6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미국의 행정부 교체, 위기의 한일관계 속에서 외교적으로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3일 밤 10시 27분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반(反)국가 세력 척결' 등을 언급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즉시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고,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 22분께 국회의 요구를 수용한다며 계엄 해제를 발표했다.
짧고 급박하게 전개, 종료된 계엄 상황이었지만 한국이 입은 외교적 '내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민주주의에서 계엄이라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며 "군을 동원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과 정도에 대한 일종의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재집권으로 한미동맹의 '리스크'가 커지고, 북러 군사밀착, 사도광산 문제로 삐걱댄 한일관계 등 외교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한국 외교에 대한 '신뢰·안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다.
한국은 이번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미국과의 사전 소통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엔 한미 간 외교채널이 가동됐지만, 사전 소통이 없었다는 점에서 미국도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한미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라며 민주주의를 중시해 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한국의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한미동맹에 대한 '헌신'을 보이라는 압박을 가할 명분이 될 소지도 있다.
그간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를 외교기치 중 하나로 내세워 왔다. 이러한 점에서 군이 내치에 개입하는 '민주주의 후퇴'로 읽힐 수 있는 카드를 이번에 꺼내 든 것은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정상 간 외교에도 차질을 줄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수반과 만남을 거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방한설도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사도광산 추도식' 등 과거사 사안으로 한일관계가 삐걱거리는 상황에서 비상계엄 요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한 고위급 대화 동력이 살아나며 탄력이 붙은 한중관계 개선, 내년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도 계엄 선포 사태 전후로 기류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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